[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다른 듯 닮은 중앙대·덕성여대의 '체질개선' 실험

입력 2015-03-11 15:00   수정 2015-03-11 15:16

중앙대 '학과폐지', 덕성여대 '남녀공학' 추진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새 학기 주목받는 두 대학이 있다. 중앙대와 덕성여대가 그 주인공이다. 중앙대는 학과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개편을, 덕성여대는 여대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두 총장은 모두 3월 새 임기를 시작하면서 변화의 화두를 던졌다. 연임에 성공해 2기 체제를 맞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는 파격 실험에 나섰다. 이원복 덕성여대 신임 총장도 취임 일성으로 남녀공학으로의 변신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현행 학과 체제로는 사회 변화에 부응할 수 없다.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 대학을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도 “성별을 뛰어넘은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과제 폐지와 남녀공학 전환. 얼핏 보기엔 각각의 ‘현상’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공통분모가 있다.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벌이는 체질 개선 작업이라는 ‘본질’은 같다.

중앙대 학사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유연성 확대다. 폐쇄적 기존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 중심 학제로 손질했다. 이렇게 되면 정원 조정과 학과 신설폐지 등의 유동성이 늘어난다. 덕성여대도 남녀공학 전환이 현실화되면 거기에 걸맞은 학과 및 단과대 신설 등 틀 자체를 새로 짜는 후속 작업이 뒤따를 것이다.

당장 취업률 문제가 걸려 있다. 취업률을 단순한 수치로 치부하긴 어렵다. 부실대학을 가려내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중요 지표일 뿐더러 졸업생 사회 진출, 대학 선호도와 직결된 사안이라 외면할 수 없다. 사회가 찾는 전공, 즉 인력 수요가 큰 전공이 필요한 대학의 현실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예체능계 비중을 줄이고 공학계열 등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를 늘려갈 방침이다. 대학경쟁력 강화가 명분이다. 인문계·예체능계 비중이 큰 편인 여대들도 낮은 취업률이 발목을 잡는다. 남녀공학 전환 추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앞으로 공학계열 인력이 27만7000명 부족하다는 정부의 ‘중장?인력수급 전망’도 대학들의 이 같은 변화에 힘을 싣는다.

다른 듯 닮은 두 학교의 개혁 드라이브다.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보직교수는 “겉보기엔 무관한 것 같지만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학사 체제로 바꾼다는 점에선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물론 학과제 폐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남녀공학 전환보다 여대의 특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자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취업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상아탑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과 반론은 방법론상의 문제에 속한다. 사회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발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은 점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11일 현재, 중앙대는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늘까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총장 불신임운동까지 이어질 수 있다. 덕성여대는 가시적 진전이 없다. 아직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세부 일정을 내놓지 못했다.

당연히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구성원 동의를 얻는 과정도 필수다. 그리하여 이들 대학의 체질 개선 노력이 결실을 얻었으면 한다. 정부 주도 일률적 평가에 의한 구조조정보다는 자발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대학의 시도가 성공 모델이 되길 바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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