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2010년 경제위기로 분양률 저조…대출 못 받으면 공사 중단 위기
승부수
본사·가족 모두 제주로 이주…베이징·상하이에 지사 '사활 건 마케팅'
성공
중국 부자들 잇단 계약 '100% 분양'…올 1000실 규모 2차 타운 착공
[ 김병근 기자 ] 2010년 초 제주시 라온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있는 라온그룹 회장실엔 라온레저개발 임직원들이 몇 분 간격으로 들락거렸다. 콘도 호텔 등 1000실 규모 리조트인 ‘제주 라온프라이빗 타운’ 공사를 계속하려면 은행 차입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리조트 공사는 한 해 전 자체 자금 500억여원을 쏟아부어 시작했다. 분양대금이 들어와야 공사를 계속할 수 있는데 분양률이 저조한 게 문제였다. 공정률은 60%까지 올라왔지만 분양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던 시절이다.
손천수 회장은 “당시 답답한 마음에 책상 위 담배를 집으려는데 모퉁이에 놓인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부동산투자이 适┸?관한 기사였다. 손 회장은 무릎을 쳤다. 이 제도는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사는 외국인이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2010년 2월 제주도에 처음 도입했다.
손 회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지사를 내고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투자이민제를 소개한 신문기사가 마케팅 수단이었다. 중국인 투자자 100여명이 모이면 바로 전용기를 띄워 제주로 데려가 공사 현장을 보여줬다. 위기 극복의 핵심이 빚을 내는 게 아니라 콘도를 파는 것이란 판단을 했다고 손 회장은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중국 부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2012년 초 리조트 준공 때 콘도는 ‘완판(완전판매)’됐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약 2500억원어치씩 샀다. 손 회장은 “(계약금이 10%인) 한국과 달리 중국은 계약금으로 50%를 내는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며 “당시 미분양에 시달리던 리조트 및 건설회사들이 잇따라 견학을 왔고 일부는 위탁판매를 부탁한 곳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손 회장은 성공 요인으로 두 가지를 더 꼽았다. “상품을 만들 때 ‘나라도 사겠다’ 할 정도로 잘 만들면 누구나 삽니다. 별장 사이사이에 골프코스를 깔아 회원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게 한 국내 첫 시도도 통했습니다. 덕분에 최근 국내 리조트 중 회원권 가격이 오른 유일한 곳이 프라이빗 타운입니다.”
라온그룹은 손 회장이 1986년 창업한 서광이 전신이다. 2004년 ‘즐거운’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으로 사명을 바꿨다. 건설·산업개발·토건·종합개발·레저개발·랜드 등 6개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창기에는 주택 사업이 주력이었다. 수도권과 대구 세종 제주 등 지방에서 아파트와 도시형 생활주택을 주로 공급했다. 이후 건축·토목 시장에 진출한 뒤 골프장 건설을 계기로 관광레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손 회장은 “온 가족이 와서 즐기고 쉴 수 있는 종합관광레저타운을 만들기 위해 골프장, 테마파크, 프라이빗 타운, 관광목장, 비양도 케이블카 등 5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 사업을 위해 경남 창원에 있던 본사도 제주로 이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 주소지도 옮겨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다. 그의 올해 목표는 ‘제주 프라이빗 타운 2차’ 프로젝트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165만2892㎡(약 50만평) 부지에 콘도 등 1000실 규모의 리조트를 짓는 사업이다. 연말에 착공해 2018년 준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약 열풍에 발맞춰 주택 사업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올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3000여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작년 말 경기 남양주에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면목동 재건축도 수주했다. 손 회장은 “라온이라는 말 그대로 누구나 즐거울 수 있는 주택 및 관광레저시설을 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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