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잡는 잔치는 엄청난 경사 때나 있는 일이었다. 농경문화에서 소는 최고의 동력 수단이자 최후의 자산이었다. 인도 힌두교도들이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도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암소를 신성시한 것은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말처럼 수소의 ‘생산 공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저에너지 사회에서 수소와 암소는 트랙터와 트랙터 생산 공장의 대체물”이라고 표현했다.
소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다. 소똥은 섬유질과 거름 성분이 많아 예로부터 퇴비와 땔감, 집 짓는 재료 등으로 유용하게 쓰였다. 인도나 아프리카에서는 집 옆에 마른 소똥을 쌓아 놓은 땔감담장을 많이 볼 수 있다. 여인들이 마른 소똥을 가득 이고 가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이는 대부분 밥을 할 때 쓰는 취사용 연료다.
마사이족은 소똥을 진흙에 섞어 집을 짓는다. 소똥은 접착력이 좋은 데다 벌레나 세균을 쫓는다. 섬유 성분 덕분에 세찬 비바람에 잘 견디고 단열 효과가 높아 폭염과 한파도 막아준다. 북유럽과 중국의 산악지방 등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소똥을 덧대어 단열처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천연 퇴비로 쓴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똥의 활용도는 현대에 들어서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똥에서 바닐라 성분과 휘발유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소똥으로 만든 휴대용 충전기, 소똥을 태운 정수기까지 개발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소똥 던지기 축제’와 스위스의 ‘소똥 빙고’는 유명한 관광자원이 됐다. 독일에는 소똥과 옥수수 등을 발효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이 150여곳이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똥을 활용한 에너지 정책이 하나씩 빛을 보고 있다. ‘한우의 고장’으로 유명한 강원 횡성에 소똥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한다. 인구 4만5000여명보다 더 많은 5만여마리의 소를 키우는 횡성으로서는 소똥 처리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서 좋고 전기까지 저렴하게 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연간 6만t의 발전 연료를 가축 분뇨로 대체하면 158억원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내년 가을쯤엔 강원 홍천에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로 난방가스와 전기를 생산하는 마을도 생길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소똥 연료를 당진제철소 고로에 투입해 연소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소(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는 건 옛말이고, 이젠 소똥으로 세상을 밝히는 시대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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