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재테크] 밤새 줄서 산 운동화, 수익률 100%

입력 2015-03-13 21:17   수정 2015-03-14 03:50

커버 스토리
나이키 에어조던 한정판 21만9000원→되팔아 40만원

사두면 오른다
발매 하루 전 텐트치고 기다려…한정판 사고파는 전문업체까지
"소유욕 자극하는 상술" 비판도…제품 소량 풀고 슬그머니 값 올려



[ 임현우 / 이현동 / 이승우 / 박상익 기자 ]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21일, 전국 곳곳의 나이키 매장 앞은 전날부터 무작정 진을 치고 앉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출시된 한정판 운동화 ‘에어 조던 4 레트로 테크 그레이’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모습이 초콜릿 쿠키와 비슷하다고 해 ‘오레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신발은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재발매돼 일찌감치 국내 나이키 마니아들이 눈독을 들여온 상품이다.

매장마다 수백명이 몰리는 바람에 판매는 결국 추첨을 통해 이뤄졌다. 직장인 김형동 씨는 운 좋게 구입에 성공했다. 김씨는 이 오레오 운동화를 이달 초 인터넷 중고카페에 올려 33만원에 되팔았다. 구입한 가격이 21만9000원이었니 불과 보름 만에 50%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김씨는 “색상 배합이 희귀할수록 중고 가격이 곧장 두 배로 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한정판 운동화를 조직적으로 사들여 높은 가격에 되파는 전문업체까지 등장해 이 제품을 40만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화·장난감으로 재테크한다

레고와 건담 역시 한정판이 나올 때마다 두세 배의 웃돈이 붙어 중고 거래가 이뤄진다. 어린이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하는 이른바 ‘키덜트족(kid+adult族)’들이 열광하는 품목인데, 이들은 ‘필이 꽂힌’ 한정판을 갖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레고에서는 모델 번호 1만번대 제품이 ‘레고 재테크’ 자산으로 인기가 높다. 정가가 46만9000원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10234)’는 중고시장에서 60만~8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스타워즈 데스스타(10188)’는 69만8500원에서 80만~100만원, ‘반지의 제왕 오르상크의 탑(10237)’은 32만9000원에서 50만~6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레고 한정판은 매장당 1~3개 정도씩 극소량이 입고된다. 매진되고 나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구할 수 있어 “레고를 사 두면 가격이 오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비싸도 좋다. 가질 수만 있다면”

현대아이파크몰이 지난해 7월 개최한 건담 프라모델 전시회 ‘건프라 엑스포’에는 9일 동안 5만명이 몰렸다. 이 행사에서는 ‘유니콘 건담 그린프레임’ ‘인젝션 머신’ ‘나이트 건담 메탈릭 코팅’ 등 6종의 한정판을 내놨는데, 幻?저녁부터 200~300명이 줄을 섰다. 염창선 아이파크몰 마케팅팀 대리는 “모델별로 30~100개씩 준비한 수량이 30분 만에 동났다”며 “곧바로 인터넷에서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음반도 희귀성과 중요도에 따라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다.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의 1960년대 데뷔 앨범 ‘히키 신 키타 멜로디’는 상태가 좋을 경우 700만~800만원에 거래된다. 조용필과 하춘화의 데뷔 음반이나 이미자 히트곡 선집 등도 수백만원에 거래된다. 비교적 최근 앨범들은 10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록밴드 넬이 인디밴드로 활동하던 2001년 내놓은 1집 ‘리플렉션 오브 넬’은 20만원이 넘는 값에 팔리곤 한다.

소유욕과 상술이 뒤섞인 틈새시장

한정판 재테크는 특별한 물건을 갖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망’과 희소성을 내세워 매출을 높이려는 업체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현상이다. 한때 인기가 시들해졌던 레고는 ‘레고 재테크’ 열풍에 힘입어 부활했다. 레고의 국내 매출은 2006년 133억원까지 쪼그라들었으나 2013년에는 1460억원으로 7년 새 11배 가까이 뛰었다.

나이키뿐 아니라 리복, 아디다스, 푸마 등 대부분의 스포츠화 브랜드는 한정판 운동화 출시를 늘려 ‘품절 대란’을 유도하고 있다. 뉴발란스가 벚꽃 무늬의 한정판 운동화 ‘체리블라썸’을 출시한 지난해 4월3일에는 매장마다 100m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나이키를 중심으로 운동화 300켤레를 모았다는 장현수 씨는 “나이키가 상품을 넉넉?내놓으면 소비자들이 고생할 이유가 없는데 일부러 발매일을 흘리고 적은 수량을 조금씩 푼다”며 “중고시세가 치솟는 와중에 나이키는 제품 가격을 1만~2만원씩 야금야금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2년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3’ 한정판은 한때 인터넷에서 판매가(9만9000원)의 10배에 육박하는 9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과열 현상을 빚었다. 당시에도 비싼 값에 되팔 목적으로 사재기하는 ‘꾼’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임현우/이현동/이승우/박상익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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