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건강한 장 만드는 법
변 상태가 보내는 건강 적신호
하얀 변, 담석·췌장암 가능성…검은색 변은 위장 출혈 의심
굵기 가늘면 대장암 검사를
식생활 바꿔야 장이 바뀐다
채소·콩류에 든 올리고당, 장 속에 좋은 균 번식 도와
과음은 장 건강에 백해무익
[ 이준혁 기자 ] 유산균 제품 판매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유산균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결국 성인들의 장(腸) 건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만일 방귀 냄새가 지독하고, 변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라면 장 건강은 낙제점이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속이 편하지 않을 뿐더러 피부가 거칠어지고,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병든 장은 대장암 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장내 세균 관리를 통해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비상 걸린 장 건강
한국인의 장이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중앙대병원이 대장내시경을 받은 환자 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대장에 용종(폴립)이 나타난 사람이 27%에 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중 65.8%가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 선종이라는 것이다. 대장암이 늘어나는 것은 장내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육류 중심의 편식이 주요 원인이다.
김정욱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담즙산 같은 독성물질 분비가 촉진돼 장점막 세포 손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장내 세균집단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장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대장을 중심으로 우리 몸에는 100여종, 100조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다. 균은 성향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유산균·바실러스균·낙산균 등 장에 좋은 균, 웰치균으로 대표되는 나쁜 균, 장내 상태에 따라 변하는 기회주의균이다. 이들은 서로 세력을 넓혀가며 장 속에서 공생한다. 좋은 균이 득세하면 장내 환경이 산성으로 바뀌며 배 속을 편하게 만들지만, 나쁜 균이 늘어나면 알칼리로 변하면서 갖가지 질병 발생 경고를 한다. 부패가 진행돼 역한 대변과 방귀 냄새·복통·복부팽만·피부 트러블 등이 나타난다.
배변이 장 건강 바로미터
유해균은 육류 등 단백질을 분해해 황화수소나 암모니아를 만든다. 이들 부산물이 설사나 변비, 거친 피부를 만든다. 변비로 인해 변이 계속 부패하면 발암성 물질이 발생한다.
장을 자가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변을 보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변은 굵고 황색을 띤다. 장내를 좋은 균이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나쁜 균이 많으면 변은 검은색을 띤다. 냄새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변비가 심하면 변이 부패해 심한 냄새가 난다. 변이 가는 것은 식이섬유가 부족한 상태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방귀 냄새와 소리도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장내에 나쁜 균이 많으면 장에 가스가 잘 차고, 속이 거북하며, 냄새가 역하다. 반대로 장내에 좋은 균이 많으면 방귀 소리는 큰데 악취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장내 세균이 유해균 쪽으로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30세 이하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0%에서 장내 유익균인 비피두스균이 격감했다. 유익균이 거의 검출되지 않은 여성도 있었다.
위암·대장암 위험 신호
딱히 몸에 이상증세가 없더라도 변 색깔이나 모양이 평소와 다르면 몸이 보내는 건강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대장항문전문병원인 양병원의 양형규 원장은 “대변이 하얀색 점토에 가까운 색이라면 즉시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담도암, 췌장암, 담석 등으로 담도가 막혀 담즙이 간에서 소장으로 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변 색깔은 황갈색인데, 담즙은 음식이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변을 갈색으로 만든다. 음식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빨라도 담즙이 소화할 시간이 부족해 흰색 변을 볼 수 있다. 흰색 변이 물 위에 뜨면서 기름 방울이 있으면 장에서 지방 흡수를 잘 못하는 것이다.
아스팔트의 타르와 같이 진한 검은색 변은 식도, 위장, 십이지장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이곳에서 60㏄ 이상 출혈이 있으면 이 혈액이 장을 통과하면서 위산과 반응해 혈액 내 혈색소가 검게 변해 변을 검게 만든다. 양 원장은 “자주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되는 泳汰?검은 변을 보면 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 등에 따른 출혈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잦은 설사를 하거나 변이 연필처럼 가늘어졌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대장 벽에 암 덩어리가 생기면 통로가 좁아져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진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주 대변의 굵기가 변했던 사람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예전과 다른 배변 습관이 생겼다면 일단 대장 건강에 이상신호가 생긴 것으로 대장내시경 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식생활 점검해야
장을 건강하게 하려면 우선 식생활을 점검해야 한다. 지방이 많은 육류는 나쁜 균의 좋은 먹이가 된다. 반면 채소나 콩류는 좋은 균이 번식하는 좋은 토양이다.
장내 유익균을 의도적으로 기를 필요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증가한다. 실제 어린아이의 장엔 좋은 균이 가득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회주의균이 늘어가고, 어른이 되면 좋은 균은 15% 정도 유지된다. 좋은 균은 노년기에 이르면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다.
최 교수는 “콩가루를 뿌려 유산균을 먹으면 장내 건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콩가루에는 좋은 균의 영양소가 되는 올리고당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올리고당은 콩 이외에 우엉·양파에도 많다. 최 교수는 “낙산균의 일종인 미야이리균을 장내에 촉진해보는 것도 좋다”며 “유산균이 장의 상부에 산다면 미야이리균은 장의 하부, 즉 변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서 생존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야이리균은 병원균·식중독균·부패균 등 장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비피두스균 등 각종 유익균의 증식을 촉진한다”며 “특히 아포라는 보호막이 있어 위액·담즙에도 파괴되지 않고 장에 도달할 정도로 생착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저녁 이후 지나친 음주는 장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맥주 등은 성질이 차서 소화불량과 장내 유해균을 증식시킬 수 있다. 장내 유익균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장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다.
도움말=김정욱·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양형규 양병원 대표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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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 바꿔야 장이 바뀐다
채소·콩류에 든 올리고당, 장 속에 좋은 균 번식 도와
과음은 장 건강에 백해무익
[ 이준혁 기자 ] 유산균 제품 판매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유산균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결국 성인들의 장(腸) 건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만일 방귀 냄새가 지독하고, 변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라면 장 건강은 낙제점이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속이 편하지 않을 뿐더러 피부가 거칠어지고,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병든 장은 대장암 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장내 세균 관리를 통해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비상 걸린 장 건강
한국인의 장이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중앙대병원이 대장내시경을 받은 환자 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대장에 용종(폴립)이 나타난 사람이 27%에 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중 65.8%가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 선종이라는 것이다. 대장암이 늘어나는 것은 장내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육류 중심의 편식이 주요 원인이다.김정욱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담즙산 같은 독성물질 분비가 촉진돼 장점막 세포 손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장내 세균집단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장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대장을 중심으로 우리 몸에는 100여종, 100조마리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다. 균은 성향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유산균·바실러스균·낙산균 등 장에 좋은 균, 웰치균으로 대표되는 나쁜 균, 장내 상태에 따라 변하는 기회주의균이다. 이들은 서로 세력을 넓혀가며 장 속에서 공생한다. 좋은 균이 득세하면 장내 환경이 산성으로 바뀌며 배 속을 편하게 만들지만, 나쁜 균이 늘어나면 알칼리로 변하면서 갖가지 질병 발생 경고를 한다. 부패가 진행돼 역한 대변과 방귀 냄새·복통·복부팽만·피부 트러블 등이 나타난다.
배변이 장 건강 바로미터
유해균은 육류 등 단백질을 분해해 황화수소나 암모니아를 만든다. 이들 부산물이 설사나 변비, 거친 피부를 만든다. 변비로 인해 변이 계속 부패하면 발암성 물질이 발생한다.
장을 자가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변을 보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변은 굵고 황색을 띤다. 장내를 좋은 균이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나쁜 균이 많으면 변은 검은색을 띤다. 냄새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변비가 심하면 변이 부패해 심한 냄새가 난다. 변이 가는 것은 식이섬유가 부족한 상태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방귀 냄새와 소리도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장내에 나쁜 균이 많으면 장에 가스가 잘 차고, 속이 거북하며, 냄새가 역하다. 반대로 장내에 좋은 균이 많으면 방귀 소리는 큰데 악취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장내 세균이 유해균 쪽으로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30세 이하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0%에서 장내 유익균인 비피두스균이 격감했다. 유익균이 거의 검출되지 않은 여성도 있었다.
위암·대장암 위험 신호
딱히 몸에 이상증세가 없더라도 변 색깔이나 모양이 평소와 다르면 몸이 보내는 건강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대장항문전문병원인 양병원의 양형규 원장은 “대변이 하얀색 점토에 가까운 색이라면 즉시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담도암, 췌장암, 담석 등으로 담도가 막혀 담즙이 간에서 소장으로 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변 색깔은 황갈색인데, 담즙은 음식이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변을 갈색으로 만든다. 음식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빨라도 담즙이 소화할 시간이 부족해 흰색 변을 볼 수 있다. 흰색 변이 물 위에 뜨면서 기름 방울이 있으면 장에서 지방 흡수를 잘 못하는 것이다.
아스팔트의 타르와 같이 진한 검은색 변은 식도, 위장, 십이지장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이곳에서 60㏄ 이상 출혈이 있으면 이 혈액이 장을 통과하면서 위산과 반응해 혈액 내 혈색소가 검게 변해 변을 검게 만든다. 양 원장은 “자주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되는 泳汰?검은 변을 보면 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 등에 따른 출혈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잦은 설사를 하거나 변이 연필처럼 가늘어졌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대장 벽에 암 덩어리가 생기면 통로가 좁아져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진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주 대변의 굵기가 변했던 사람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예전과 다른 배변 습관이 생겼다면 일단 대장 건강에 이상신호가 생긴 것으로 대장내시경 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식생활 점검해야
장을 건강하게 하려면 우선 식생활을 점검해야 한다. 지방이 많은 육류는 나쁜 균의 좋은 먹이가 된다. 반면 채소나 콩류는 좋은 균이 번식하는 좋은 토양이다.
장내 유익균을 의도적으로 기를 필요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증가한다. 실제 어린아이의 장엔 좋은 균이 가득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회주의균이 늘어가고, 어른이 되면 좋은 균은 15% 정도 유지된다. 좋은 균은 노년기에 이르면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다.
최 교수는 “콩가루를 뿌려 유산균을 먹으면 장내 건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콩가루에는 좋은 균의 영양소가 되는 올리고당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올리고당은 콩 이외에 우엉·양파에도 많다. 최 교수는 “낙산균의 일종인 미야이리균을 장내에 촉진해보는 것도 좋다”며 “유산균이 장의 상부에 산다면 미야이리균은 장의 하부, 즉 변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서 생존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야이리균은 병원균·식중독균·부패균 등 장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비피두스균 등 각종 유익균의 증식을 촉진한다”며 “특히 아포라는 보호막이 있어 위액·담즙에도 파괴되지 않고 장에 도달할 정도로 생착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저녁 이후 지나친 음주는 장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맥주 등은 성질이 차서 소화불량과 장내 유해균을 증식시킬 수 있다. 장내 유익균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장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다.
도움말=김정욱·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양형규 양병원 대표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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