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AIIB '딜레마'] 中 AIIB · 美 사드 틈새에 낀 한국…'패키지 결정'으로 가나

입력 2015-03-15 20:59  

정부 "이달 말까지 AIIB 참여 여부 결정"
美 "사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 포함"
'동맹국 명분·경제 실익' 동시 해법 고심



[ 전예진/조진형 기자 ]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추진하는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참여 문제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를 두고서다.

한국 정부는 이달 말까지 AIIB 가입 여부를 결론낸다는 방침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선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NO’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이미 사드의 한반도 배치 후보지 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미국의 우회적인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모습이다. 시차는 있지만 AIIB 참여와 사드 배치를 연계해 ‘패키지’로 결정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시진핑 주석도 AIIB 참여 요청

정부 관계자는 15일 “이달 말까지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지를 결론 내고 중국 측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아직 가입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은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의 가입이 확정되면 이르면 다음달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된다.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설립을 제안한 개발은행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AIIB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건설과 기술, 자금, 경험 등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AIIB 가입에 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이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AIIB가 가동되면 통신 도로 항만 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이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상당한 발주가 예상된다”며 “AIIB 회원국이 아니라면 이런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가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의 견제 때문이다. 최근 영국이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AIIB 가입 의사를 밝히자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AIIB가 미국과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의 대항마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 유지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이 없었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을 들여온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전ダ甄? 그러나 미국은 군(軍)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군은 최근 사드 배치 후보지로 경기 평택과 강원 원주, 부산 기장 등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은 또 사드를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체계는 트럭에 탑재되는 발사대와 요격미사일, 항공 수송이 가능한 탐지레이더(AN/TPT-2), 커뮤니케이션 및 데이터관리 역할을 하는 화력통제 시스템 등 4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미국 정부는 현재 6개 사드 포대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 2개 포대는 미 본토에, 1개 포대는 괌에 각각 배치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1000기 안팎으로 추정되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AN/TPY-2 레이더 시스템의 탐지 반경이 1800㎞에 달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동부 지역의 군사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측이 반발하는 주요 이유다.

이에 대해 미국은 AN/TPY-2 레이더 시스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지점이 아니라 떨어지는 궤적을 추적하기 때문에 탐지 범위를 600~900㎞ 좁힐 수밖에 없어 중국 감시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비용 문제도 논란거리다. 1개 포대 설치에 1조원 이상이 든다. 배치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비용을 한국과 미국 어느 쪽에서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사드(THAAD)

고 (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미사일을 격추할 목적으로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공중방어시스템이다. 고도 40~150㎞에서 초속 약 2.5㎞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한다. 지상 배치이동형으로, 1개 포대 도입비용은 1조원 이상이다.

■ AII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제안했고, 지난해 10월 500억달러 규모로 공식 출범했다.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총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전예진/조진형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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