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존중 문화의 유무가 19세기 영국·프랑스 운명 갈라
프랑스, 기술자들 박해
쫓겨난 기술자 받은 영국, 산업혁명 발판 마련
[ 임근호 기자 ]
프랑스는 기술자와 기업가를 내쫓았고, 영국은 이를 받아들이고 우대했다. 프랑스는 패권을 상실했고,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신관에서 열린 ‘제1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국가발전포럼’에서 “18~19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운명을 가른 것은 기술과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였다”며 “현재 한국이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국이지만 최근엔 이를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프랑스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였다.
○위그노 대탈출의 교훈
김 교수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영국인이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프랑스의 위그노(개신교도) 박해 덕분이었 ?rdquo;고 말했다. 위그노들은 당대 최고의 기술자이자 기업가였다. 하지만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에서 이들은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부자는 계속 부자로 살았고,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3대까지 가난이 이어졌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가 종교의 자유까지 억누르면서 위그노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기술 후진국이던 독일은 위그노 덕분에 프랑스를 추월했다. 스위스는 시계산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중 위그노 영입에 가장 열성적인 나라는 영국이었다. 그는 “영국 찰스 2세는 특별이민법까지 제정해 위그노의 정착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특허 보호와 상공업 진흥정책은 이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요즘 한국을 보면 고급 두뇌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기업인은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며 “위그노의 대탈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지적했다.
○도덕과 법치주의 확립해야
소설가 겸 평론가인 복거일 씨는 또 다른 강연자로 나서 “한국이 다시 발전하려면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웅장한 제국이라도 배신이 난무하고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신뢰 사회의 바탕이 바로 도덕”이라며 “도덕적인 사회는 협력이 쉽고 거래 비용이 최소한으로 줄어 사회가 저절로 번창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이미 도덕이 많이 허물어져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복씨는“지금은 정치적 책임을 묻고 제도를 바꾸는 일보다 도덕을 맏므求?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도덕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법치주의다. 그는 “허물어진 도덕을 세우려면 법을 어긴 사람부터 응징해야 한다”며 “떼법을 내세워 공권력을 무시하고, 전관예우로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양심적인 시민들도 법을 지킬 마음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총 국가발전포럼은 어떻게 하면 후대에 발전된 한국을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에서 결성됐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정갑영 연세대 총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정치·경제·법조·과학기술·문화계 등에서 5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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