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금리 1% 시대… 기관투자가 ‘입맛’ 바뀐다

입력 2015-03-18 11:05  

1%대 회사채 등장 전망… 우량債만으론 목표수익률 못 맞춰
저등급·취약업종 회사채 살아날 기미



이 기사는 03월13일(11: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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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깜짝 기준금리 인하(연 2%→연 1.75%)로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여파로 ‘채권 수익률 지키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3년 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 기준) 금리는 연 2.1%대에 머물러 있다. 올초만 해도 연 2.4%대였지만, 석 달 만에 0.3%포인트 넘게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통상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전략을 사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낮아진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문제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하면서 신용등급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 중에서도 연 1%의 금리를 주겠다는 회사채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호텔롯데(AA+)는 지난달 초 1000억원어치의 3년 만기 말盈ㅈ?연 1.92%의 금리로 발행한 바 있다. 연 1%대의 회사채는 물가상승률(1.9%·올해 한은 전망치)과 세금을 빼고 나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만으로는 목표수익률을 맞출 수 없게 된 기관투자가 자금이 다소 위험은 있어도 금리가 높은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로 대거 옮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2013년 9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소위 ‘동양 쇼크’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꺼려왔다. 하지만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고금리를 주는 저등급 회사채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됐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발행회사의 신용등급 수준과 변동성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금리 메리트를 중시하는 쪽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눈높이를 낮춰 비우량 등급 회사채 투자에도 적극 뛰어들면서 조선업 등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취약 업종의 회사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업체는 최근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종전 회사채 거래금리보다 0.2~0.4%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시하자 저금리에 지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투자 기피 1순위’로 지목돼온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높은 금리만 준다면 건설사도 충瑾?회사채 발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롯데건설은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차환(상환을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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