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일부개정안을 18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입법예고 했다. 핵심은 학교의 ‘방과후학교’ 과정에 한해 선행학습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선행학습금지법’이란 약칭으로도 불린다. 작년 하반기 시행된 이 법은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했다. 학생들의 과도한 공부 부담을 덜자는 취지였지만 이번 개정안은 보충수업에선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었다.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에서까지 다양한 교육 수요를 막으면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학교 정규수업 시간엔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보충수업 시간엔 선행학습을 장려하는 꼴이 된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그렇게 무 자르듯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칼 같이 법을 지킨다고 치자. 보충수업 시간에 방정식을 가르친 뒤 정규수업 시간엔 덧셈 뺄셈을 가르치는 모양새는 우습지 않을까.
설익고 애매모호한 대책이다. 기준을 사교육 대 공교육 구도로만 설정해서 그렇다. 근본적 프레임은 선행학습 허용 여부다. 법의 기본 취지가 그렇다.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 놔두고 ‘선행학습을 공교육으로 받느냐, 사교육으로 받느냐’는 부차적 문제에 매달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교육의 본질이 뭔가. 내 아이를 다른 아이보다 경쟁구조의 우위에 서게 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 욕망을 실현하는 손쉬운 방편이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 과도한 학습량, 암기 위주 교육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이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건 먼 나라 얘기다. 애써 선행학습 금지와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한 법이 뒷걸음질 친 것 아닌가 싶다.
당초 이 법은 공교육에서만 시행되면서 반쪽짜리 법이란 비판을 받았다. 위헌 논란으로 인해 학원 등 사교육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법을 공교육에 한정하면서 사실상 선행학습 수요를 사교육으로 내모는 ‘풍선효과’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개정안이란 게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핀트가 어긋났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8일 “현행 대입의 시기적 문제와 학부모 요구로 인해 사실상 학교에서 선행학습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만 ?아 신설한 법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폐해를 겪고 있다”며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 허용이란 땜질식 법 개정에 머물지 말고 사교육에 대한 실질적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인 교총마저 “선행학습의 출발지인 사교육을 놔두고 학교만을 규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는 상황. 사교육 선행학습 대책을 내놓지 않은 개정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한 게 불과 반년 전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법의 골자인 선행학습 금지가 번복·퇴색됐다고 꼬집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상치 못한 문제점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게 아니라 애초에 정책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오락가락 교육 정책에 교사는 피곤하고 학생은 혼란스럽고 학부모는 어리둥절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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