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융만큼 규제가 얽히고설킨 분야도 드물다. 법령뿐 아니라 지침 예규 창구지도 등 온갖 형태의 규제가 촘촘히 옭아매고 있다.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을 내세운 기술금융, 햇살론 등 이런저런 이름의 정책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임원보수 공개처럼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신설된 규제도 적지 않다. 여기에 금융사고라도 터지면 또 이런저런 규제가 추가된다. 최근 KB금융 인사청탁 건에서 보듯이 정치권의 인사 입김 역시 규제라면 규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할 자신감을 임 위원장은 갖고 있다는 것인가. 업계에 몸담으며 소위 ‘을’로서 경험을 쌓은 임 위원장 본인이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금융자율을 들고 나온 것도 그래서일 테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 역시 없지 않다. 역대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그대로 실현된 경우는 거의 없다. 말 따로 행동 따로였고 온갖 정치적 압력과 여론 등 시류에 휘둘리다 보면 초심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우리은행 매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는 전직 신제윤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왕좌왕 끝에 매듭짓지 못하고 떠났다.
한국 금융산업은 총체적 위기다.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저금리 저성장으로 수익기반이 쪼그라들고 있다. 임 위원장이 관치와 규제로 얼룩진 금융시장에 시장원리와 자율을 불어넣은, 그런 금융위원장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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