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은 국선변호인이 대부분 가져가
승소금 횡령 등 생계형 범죄 8년새 7배 ↑
[ 배석준 기자 ] 변호사 1인당 월 한 건대 사건 수임은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몰고 온 엄청난 변화의 한 단면이다. 변호사 시장이 사실상 정체인 상태에서 변호사 숫자가 급증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무실 간판을 내리는 개인 변호사가 속출하고, 심지어 생계형 범죄도 늘고 있다.
공익적 성격을 띤 변호사가 생존 경쟁에 내몰려 불성실 변론이나 승소금 횡령을 일삼는다면 이는 변호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큰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변호사 증가, 사건 증가 속도 3배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사건 수가 급락한 주된 원인은 사건 증가 속도보다 변호사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2011년까지만 해도 500~600명씩 늘어났다. 그러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이 배출된 2011년 이후부터 종전의 배 수준인 1200~1300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서울변호사회 변호사 숫자는 1만1696명으로, 2009년(6830명) ?비교하면 5년 만에 71.2% 증가했다. 반면 이들이 서울변회에 신고한 수임 건수는 2009년 33만7238건에서 지난해 41만2514건으로 2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봐도 사건이 2009년 1791만728건에서 2013년 1846만6987건으로 4년간 3.1% 늘어났을 뿐이다.
국내 법률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6대 로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약 1조5800억원)이 2013년(약 1조5400억원)보다 400억원(2.6%)가량 늘었지만 상당수 중소 로펌은 사무실 유지조차 벅찬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기업 등 꾸준히 신뢰관계를 구축해온 고객이 있어 그나마 괜찮지만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변호사들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사 사건, 국선 변호인이 주로 맡아
형사 사건의 경우 정부가 계속 숫자를 늘리고 있는 국선 변호사가 업계엔 눈엣가시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 때문에 형사 사건은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형사공판 사건에서 선임된 국선 변호인은 12만758명, 사선 변호인은 7만1881명이었다. 대법원이 사기·성범죄 등 범죄 유형과 그에 상응한 형량을 양형 기준으로 정해 놓는 바람에 재판 결과가 예측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개업 변호사는 “양형 기준에 따른 법원의 ‘자판기식 판결’로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의 활동 여지가 줄어 欲?있다”며 “검경의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 활동이 가능한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불성실 변호사 양산
변호사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불법 광고, 브로커 범죄, 고객 돈 횡령 등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서울변회에 들어온 변호사법 위반 진정 사건은 2006년 59건에서 2014년 419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형사 합의금이나 재판에서 승소해 받은 승소금을 반환하지 않아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건이 많았다.
성폭행 등 형사 사건에서 상대방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변호사가 이를 자신의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하거나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전달해 달라’고 맡긴 화해권고 결정금 수백만원을 떼먹는 경우도 있다.
불성실 변론으로 인한 진정도 늘었다. 수백만원의 착수금을 받고 재판 준비를 하지 않다가 3년 만에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사건도 있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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