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약세로 기업실적 큰폭 개선…임금 인상에 경기 선순환 기대
백화점 매출↑…소비심리 회복
[ 도쿄=서정환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도쿄 증시는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자산 가격 상승에 의한 ‘부(富)의 효과’에다 기업의 임금 인상으로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 후 주춤했던 일본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탄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닛케이 15년 만에 19,000 회복
19일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0.35% 하락한 19,476.56에 마감하며 숨고르기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들어서만 12%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상승률은 사상 최고 수준인 미국 다우지수(1.42%)와 최근 후끈 달아오른 중국 상하이지수(10.59%)를 웃돌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15년 만에 19,500선 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작년 11월 17,000선을 회복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달 18,000선을 돌파했고 한 달 만에 19,000선을 넘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증시에 대해 “지금 주식시장이 과열이라거나 상승 기대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일본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일본 주요 254개 기업(금융 제외)의 경상이익은 사상 최대인 2014회계연도 대비 16.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15년도 상업용 공시지가는 7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주택용을 포함한 전체 공시지가는 0.3% 하락했지만 5년째 낙폭을 줄였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는 상업용과 주택용 모두 2년 연속 올랐다. 연간 80조엔에 이르는 대규모 양적 완화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땅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백화점 매출 11개월 만에 증가
아베노믹스는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치면서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10월 추가 양적 완화 영향으로 엔화가치가 달러당 120엔대로 떨어지면서 수출이 살아났다.
지난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면서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소비도 회복될 조짐이다. 일본 백화점협회가 이날 발표한 2월 전국 백화점 매출은 445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기존점 기준) 증가했다. 소비세 인상 후 곤두박질치던 매출이 11개월 만에 돌아섰다.
기업들이 잇달아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는 점도 내수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다. 18일 기업들이 일제히 제시한 임금인상액을 보면 도요타 히타치 NTT 등 대기업이 기본급을 사상 최대 폭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1994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경기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최대 노조단체 렌고의 고가 노부아키 회장은 “디플레이션 탈피와 경제 선순환 국면에 들어갔다”며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의 2.07%를 크게 웃도는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본 내수 회복 강도는 엔저 역풍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인상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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