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르네상스] 10년 겨울잠 깬 뉴타운…한남동 지분가격 3.3㎡당 500만원 껑충

입력 2015-03-20 20:40   수정 2015-03-23 17:08

주택경기 살아나자 사업 재개 잇따라


[ 이현일 / 이현진 기자 ]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주택가에는 재개발 건축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미용실에서 만난 주민 서모씨(69)는 “그동안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곳곳에 빈집이 생기고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생활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뒤늦게나마 개발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사업성 높아져
서울시의 기부채납 완화 조치도 효과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신규 아파트 청약열기가 이어지면서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던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부활하고 있다. 장기간 방치됐던 재개발 현장들이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아파트 사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부활하는 강북 재개발

최근 이문·휘경뉴타운과 같이 장기간 표류한 도심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6년 이문동 일대가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2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가며 주택경기는 침체에 빠졌고, 호황기에 세웠던 사업 계획은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변했다.

여기에다 2012년 주민 50% 이상이 동의하면 재개발 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내용의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행되자 개발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개발 중단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인근 이문2구역은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최근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개발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서울시도 기반시설 등 기부채납(공공기여) 조건을 완화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에선 현대건설이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 단지가 들어서는 응암1구역은 2006년부터 개발이 추진돼왔으나 사업성 부족 판정 속에 최종 인허가를 두 번이나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추가 분담금을 놓고 집행부를 해임하는 등 진통을 겪은 북아현뉴타운1-3구역도 사업 재추진에 나섰다. 다음달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아파트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살아나는 재개발 지분거래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살아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지분(재개발 구역 내 토지·주택)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당초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주변 집값이 크게 떨어지며 사업이 잇따라 연기됐다. 최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며 지분가격도 오르고 있다.

올초 한남4구역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5개 구역 중 4개 구역이 조합 설립을 마쳤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3㎡당 3500만원을 밑돌았던 평균 지분가격은 최근 3.3㎡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인근 명품공인 한동연 대표는 “최근 지분을 사겠다는 문의전화는 많은 데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북동부권 뉴타운도 끊겼던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이문·휘경 뉴타운의 단층 단독주택은 최근 3.3㎡당 900만~1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문동 김난선공인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하루에 지분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가 두세 건도 안 왔는데 요즘은 많을 땐 10건가량 온다”고 설명했다.

○지방 대도시도 재개발 본격화

대구와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뉴타운 사업이 활발하다. 대구 동구 신암동 일대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무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최근 신암1구역은 광명주택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근 신암4동도 지역 업체인 화성산업이 공사를 맡았다.

수도권에 비해 3~4년 앞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부산에선 재개발 단지들이 속속 분양되고 있다. 남구 수영구 연제구 등 도심 지역 3개 자치구에서만 올해 5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나온다. 오는 6월 대우건설의 ‘대연6구역’(1422가구), 9월 SK건설의 ‘대연7구역’(994가구) 등이 분양된다.

이현일/이현진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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