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마사지로 치료 효과
척추 양쪽 두드려주면 좋아…연잎차 마셔도 숙면에 도움
증상 지속될 땐 침·약 치료
춘곤증은 봄나물로 '극복'
달래·냉이·씀바귀·두릅 등 식욕 돋우고 대사 기능 높여
겨우내 약해진 면역력 증진
[ 이준혁 기자 ]
봄이 오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해져 ‘건강 밸런스(균형)’가 무너지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맘때 낮과 밤으로 정반대의 수면 장애가 나타나기 쉽다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이 낮에는 춘곤증,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기 쉽다는 얘기다.
밤 시간이 겨울보다 짧아져 생체리듬이 갑작스럽게 깨진 탓이다. 한방에서는 봄을 양기가 늘어나고 음기가 줄어드는 계절로 본다. 늘어난 양기에 적응하지 못해 낮에는 몸이 나른해지는 춘곤증이 생기고, 음기가 줄어든 탓에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이 반복된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은 깊은 잠을 자는 비율이 떨어져 낮에 무기력 두통 어지러움 건망증을 <老求?사람이 많다. 숙면은 식생활, 운동과 함께 장수의 3대 비결로 꼽힌다. 한방에서 봄철 불면증을 예방·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불면증 치료 돕는 마사지
봄철 불면증은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마사지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방에선 부부가 함께하는 마사지를 권장한다. 최우정 광동한방병원 원장은 “인체의 척추 부위 양쪽엔 기경팔맥(奇經八脈) 중 하나인 독맥(督脈)이라는 경락이 있는데, 불면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혈자리이므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양손을 합장한 뒤 손날로 배우자의 등 척추 부위 양쪽을 가볍게 두드리듯 위아래로 마사지하면 좋다”고 말했다.
발바닥 지압법도 좋다. 엄지손가락으로 발바닥 가운데를 강하게 누르면 된다. 발바닥을 열이 나도록 문지르는 용천혈 자극법도 불면증 치료에 많이 사용한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발바닥 중앙 부위를 강하게 지압하면 통증이 느껴지는 곳이 용천(湧泉)이라는 침 자리로 불면증 치료에 유용한 부위”라며 “한 손으로 발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발바닥에서 열이 날 때까지 용천혈을 문질러주는 것으로, 양발을 번갈아가며 열이 나도록 문지르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금 더 간단한 방법으로는 손바닥 지압법을 권장한다. 엄지손가락으로 손바닥 가운데를 강하게 누르는 방법이다. 한쪽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손바닥 가운데를 원을 그리듯이 눌러 마사지한다. 이곳은 노궁이라는 침 자리다.
노궁을 지나는 경락은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기(氣)의 통로다. 신경 예민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해소에 효과적인 지압 부위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증상이 가볍고 일시적인 불면증이라면 한방차나 마사지 등 생활요법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지속적이라면 침이나 한방약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면증 해소에 좋은 식품
전문의들은 연잎차를 추천한다. 말린 연꽃잎이 주재료이며, 불면증과 불안·초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찻잎을 뜨거운 물에 넣어 녹차를 만들 듯 연잎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연잎차가 만들어진다. 한방에선 연꽃의 열매인 연자육도 불면증 치료에 쓴다.
연꽃의 씨(연자) 가운데 있는 청록색 배아를 연자심이라고 한다. 연자심은 맛이 써서 그냥 먹기 힘들지만 차로 만들어 마시면 숙면과 심신 안정을 돕는다. 한방에선 쓴맛이 나는 식품은 마음의 화를 누그러뜨린다고 본다. 연자심차는 긴장과 초조를 줄여주고 변비를 예방하며 혈압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다. 그릇에 물과 적당한 양의 연자심을 넣고, 중불로 20분간 끓인 뒤 쓴맛을 감추기 위해 설탕을 약간 넣으면 좋다. 10분가량 더 끓이면 연자심차가 만들어진다.
산조인차는 불면증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화를 쉽게 내는 사람에게 유효하다. 산조인은 산대추나무의 익은 씨를 말린 것이다. 살짝 볶은 산조인(10~20g)을 보리차 끓이 ?물에 넣고 끓이면 산조인차가 완성된다. 잠들기 전 마시면 좋다. 중추신경계 조절 기능이 있어 주로 불면증 치료에 활용된다. 다만 생으로 먹으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볶아야 한다. 동의보감에도 “대추보다 작다. 오장을 편안하게 해 잠이 잘 오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춘곤증에는 봄나물 드세요
봄철에 괴로운 것 중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자꾸만 눈이 감기는 춘곤증이다. 겨울 동안 면역력이 많이 저하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면역력을 회복하고 춘곤증을 이기려면 제철 나물, 예컨대 봄나물을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송미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두릅 등의 봄나물은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비타민 A·B·C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 각종 대사 기능을 향상시킨다”며 “봄나물의 상승하는 기운은 사람의 체내 기운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냉이는 성질이 치우쳐 있지 않고 단맛이 있어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나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 피를 맑게 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면서 변비를 완화하고 소변을 시원하게 보게 한다. 하지만 몸이 차고 팔다리에 찬 기운을 느끼는 사람이 장복하면 몸이 더 차가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달래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어 ‘작은 마늘’로 불린다. 양기를 보강하고 정력을 키운다고 해서 남성에게 좋은 봄나물로 알려졌다. 송 교수는 “달래는 위염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능과 함께 피를 맑게 하는 보혈 약재로 쓰인다”며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보다 손발이 찬 냉한 체질의 사람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봄나물을 조리할 때는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되도록 자극성이 강한 양념은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송미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최우정 광동한방병원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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