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K씨는 고액의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최근 부동산을 양도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9년 전 아파트를 양도하고 거짓계약서로 신고한 것이 문제였다.
2005년 3월 K씨는 소위 학군이 좋다는 지역의 아파트를 사서 2006년 1월 P씨에게 팔았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중개업자의 말을 듣고 매수자와 합의해서 거짓계약서(다운계약서)를 만들어 양도소득세 신고까지 마쳤다. 그런데 매수자인 P씨가 해당 아파트를 지난해 5월 팔면서 거짓계약서대로 양도세를 낼 경우 세금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진짜계약서를 갖고 양도세를 신고한 것이다. 거짓계약을 확인한 P씨 관할세무서는 이런 사실을 K씨 관할세무서에 통보했고 아파트를 양도한 지 9년이 지난 올 1월 K씨에게 고액의 양도세가 추징됐다.
부동산 거짓계약이란 양도세나 취득세 등 세금을 적게 낼 목적으로 거래 당사자끼리 담합해서 조작된 거래금액으로 계약서를 만드는 불법행위다. K씨처럼 매도자의 필요에 따라 실거래가보다 낮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다운계약서의 경우 매도자는 양도세를, 매수자는 취득세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매수자의 요구로 실지거래가보다 높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 매수자가 해당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을 부풀려 양도세를 탈세하기 위한 방법이다.
거짓계약서가 드러나면 1가구 1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부과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또 신고불성실가산세(4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까지 추가돼 당초 내야 할 세금의 2배 이상을 추징당할 수 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 위반으로 매도자·매수자 모두에게 취득세의 3배 이하 과태료도 부과된다. 중개업자는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순간의 유혹으로 인한 잘못된 선택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다.
국세청은 이런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에 대해 주기적으로 성실신고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실지거래가액 위반 행위 단속 결과를 공유하고 있어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 지고 있다. 거래 상대방의 변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거짓계약서는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김봉래 < 국세청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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