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때문에…창 던지는 미국, 방패 든 중국

입력 2015-03-23 21:02   수정 2015-03-24 03:49

170억달러 중국 종자시장서 G2 '혈투'

중국, 영세 기업 통폐합…'토종' 집중 육성
몬산토·듀폰 등 미국 업체, 중국 진출 본격화



[ 김은정 기자 ]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종자(씨앗) 시장을 두고 중국과 미국 간 신경전이 거세다. 성장 잠재력이 큰 170억달러(약 18조9650억원) 규모의 중국 종자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공세에 나서자, 중국 정부가 자국 식량자원 보호를 위해 해외 자본 유입을 막고 공격적으로 토종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뚫으려는 美…막으려는 中

23일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말 중국의 곡물, 과일, 야채 등 종자 관련 기업 수는 5200개로 조사됐다. 2011년 8700개에서 40%가량 줄었다. 중국 정부가 종자 시장의 영세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통폐합에 나선 결과다.

중국 정부는 상위 50개 토종 종자 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이들 토종 기업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6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종자 기업들에 2020년까지 특허 수를 세 배 이상 늘리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오리진 애그리텍 등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종자 기업 인수에도 나섰다.

종자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파프리카나 토마토 관련 우수 종자는 금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종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500억달러 수준인 글로벌 종자 시장은 2018년까지 85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인구 증가와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해 수요는 늘고 공급이 줄면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금치와 양파 등 주요 품종 개발에는 수십년씩 걸리는 데다 대규모 투자 비용이 들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미국 등 다국적 기업의 종자 시장 독과점이 강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종자 시장의 1위와 2위는 미국 몬산토와 듀폰이 차지하고 있다. 종자 기업들은 단순히 씨앗뿐 아니라 농업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 종자 시장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시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성장 전망도 밝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8년이면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 전 세계 최대 식량 소비국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다 보니 몬산토 등 미국 기업들은 중국 종자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中 내 수요 충족 못해 개방 불가피”

중국 정부는 자국 종자 시장 보호를 위해 완전한 종자 시장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중국 내 합작기업을 세울 때 소수 지분만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식이다. WSJ는 “아직 토종 기업들이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미국 기업을 누르기 어려워 시장 개방을 늦추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20% 수준인 중국 내 미국 종자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중국 토종 종자의 수확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수확 속도가 느려 중국 내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 컨설팅회사 차이나애그의 로렌 푸에트 이사는 “중국의 종자 시장 개방은 시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들이 중국 종자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시장 개방 전에 토종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길 원한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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