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번 컨퍼런스를 참가하면서 GDC 2015의 키워드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인디, 어린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p> <p>보통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키노트의 경우 '둠'과 '퀘이크'를 만들었던 전설적인 개발자 존 로메로의 아내 브렌다 로메로의 발표였지만, 그보다는 바로 뒤에 있었던 존 카멕의 '모바일 VR의 여명'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p> <p>오큘러스 리프트 DK2로 게임까지 개발해본 필자이지만, 실제로 VR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거는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다.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를 뒷받침하기에는 어지러움과 불편함이 컸던 것이다. 지인을 통해 체험해 본 삼성전자의 기어 VR도 큰 차이는 없었다.</p> <p>존 카멕 역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이런 종류의 불안함을 인식한 듯, 아직은 여전히 VR을 위한 AAA 게임을 만들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현재 하던 작업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p> <p>더불어 그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의 출시에만 너무 조급하여 기기의 마감 퀄리티를 높이지 못했던 이번 기어 VR의 이노베이션 버전을 예로 들면서, 오큘러스 입장에서는 아직 VR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시점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VR 기기가 상품화되는 것은 VR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p> <p>아직까지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VR 기기의 도입이 이른 시기라는 존 카멕의 결론에 많은 개발자들이 동의했던 것은 그들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기를 주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p> <p>■ 인디 게임 위상 쑥쑥, 메인 컨퍼런스 차지 흐뭇
더불어 이번 GDC에서는 인디 게임의 발표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과거 같으면 월요일과 화요일에 열리는 '인디 게임 서밋'을 통해 소개될 작품들이 대거 메인 컨퍼런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IGF뿐만 아니라 개발자가 뽑은 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도 '80 Days'나 '모뉴먼트 밸리', '켄터키 루트 제로' 같은 인디 게임들이 인디 게임 파이널리스트를 넘어 올해의 게임 시상식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올라가기도 했다.</p> <p>'모뉴먼트 밸리'는 올해의 게임 혁신상, 최고 비주얼 상, 최고 모바일 게임상 등 3개의 게임상을 수상하여 3관왕을 이룩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인디와 AAA의 게임 퀄리티를 동등하다고 판단하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였다.</p> <p>
개발자가 뽑은 올해의 게임상을 3개나 수상한 '모뉴먼트 밸리'. 출처: http://www.oceangame.net |
80 Days/ 출처: http://www.inklestudios.com/80days/ |
또한 이번 GDC에서 특징적이었던 것은 그간 거의 이슈화되지 않았던 아동용 게임이 조금씩 화제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p> <p>지금까지 아동용 게임은 몇몇 캐주얼 게임 회사에서 개발해오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동이 구매력이 적다는 이유 때문에 이 장르가 주류로 부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GDC에서는 "Child's Play"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라운드테이블 형태로 업계 관련자들이 토론하는 자리가 3차례나 있었다.</p> <p>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게임사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많은 국가, 그리고 회사에서 교육 커리큘럼을 포함한 아동용 게임을 개발하여 학부모가 안심하고 게임을 권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회사들 명단을 보면 AAA 게임사도 있지만, BBC나 NBC 같은 방송사나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가 많다는 점이었다. 어찌 보면 전통적 미디어 회사에 속하는 그들은 게임 회사에 빼앗긴 미디어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욕망으로 무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p> <p>■ 모리아티 '룸' 세션 듣는 내내 행복한 느낌
마지막으로 이번 GDC에서 가장 행복했던 발표를 회상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필자는 GDC에 가면 고전게임 포스트모템 楣訶?거의 빠지지 않고 경청하는 편이다.</p> <p>올해 있었던 고전게임 포스트모템 중 브라이언 모리아티(Brian Moriarty)가 진행한 '룸(Loom)'의 세션은 듣는 내내 행복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필자가 아직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1990년, 그 해에 루카스 아츠는 '룸'과 더불어 '원숭의 섬의 비밀' 같은 그래픽 어드벤처의 전설이 된 게임을 여럿 발매한다.</p> <p>동사에서 발매했던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 빠져있던 나는 SCUMM이 삭제된 '룸'의 새로운 포인트 앤 클릭 방식에 매료되었다. 음표를 메커닉으로 활용한 그 기발한 디자인에 감탄하며 그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다.</p> <p>"In fact, I'm a professor Moriaty."라는 유쾌한 농담으로 시작한 그의 발표(이제 브라이언 모리아티는 WPI의 교수다)는 판타지 동화를 연상시키는 룸의 오프닝 화면부터 시작하여 각종 개발 비화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도중에 CGA(4색)-PC 스피커, EGA(16색)-애드립 카드, VGA(256색)-롤랜드 MT 32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조합하여 플레이 장면을 비교하는 부분은 당대의 컴퓨팅 환경을 직접적으로 회고하게 해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p> <p>매번 갈 때마다 배워오는 것이 많은 GDC이지만, 특히 이번 GDC는 플랫폼과 사용자 전환기에 즈음하여 열리게 되어 그 배움의 폭을 키워주었다. 더불어 어떤 게임을 만들고 또 가르쳐야 할지 고민의 폭도 같이 깊어지게 되는 계기를 열어준 것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이정엽 객원기자 elises@snu.ac.kr</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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