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여명의 서울 지역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서울총장포럼’ 첫 모임 발표자로 나선 이용구 중앙대 총장(포럼 초대 회장)이 열변을 토했다.
그는 최근 중앙대가 추진한 학사구조 개편이 학내 반발에 부딪치면서 홍역을 치렀다. 결국 학과제 전면 폐지가 핵심인 원안을 철회하고 신입생 모집단위만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이날 중앙대 학사구조 개편안과 유사한 맥락의 ‘대학의 미래 비전과 한국 고등교육의 현주소’란 주제로 발표한 이 총장은 작심한 듯 교수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대학 개혁에 대한 구성원 공감대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입을 뗀 그는 “학과 존폐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쇄성이 강하다. 경직된 학사구조의 원인은 학과 이기주의”라며 “전문가인 교수들이 오픈 마인드를 갖고 시대적 필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총장은 학내 학사구조 개편안 추진 과정을 전하면서 “교수들에게 왜 학과 학생들을 인질로 잡느냐, 왜 그 테두리 안에서만 생각하느냐고 했다. 단과대학, 나아가 중앙대 학생 전체에 강의를 오픈하고 ‘내 강의 안 듣고 졸업하면 평생 후회한다’고 당당히 선언하라고 얘기했다”고도 했다.
그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융복합전공을 개설한 해외 유명 대학들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인지과학, 뉴욕대(NYU) 디지털미디어 전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 총장은 “선진국 대학들은 이미 이런 융합학문 분야를 개설하고 있다. 학과제가 확고한 국내 대학에선 쉽지 않은 현실”이라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식의 폐쇄적 학과 구조가 문제다. 교수들부터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도 강한 어투로 자성론을 폈다.
그는 “학사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주된 논리가 ‘학교는 취업양성소가 아니다’란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반절이 백수가 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는 게 올바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숙명여대도 지난 1년간 공과대학 설립 추진 문제로 많은 대립이 있었다”며 “교수들이 추상적·원론적 반대에서 벗어나 대학교육의 방향과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생각해 달라는 당부도 뒤따랐다. 교수들이 ‘밥그릇’ 챙기면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구조개혁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국 대학의 외부 환경’을 주제로 발표한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해외 명문대 강좌가 제공되는 무크(MOOC·온라인 대중강의)가 영어권 국가에선 굉장히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실 국내 대학들은 언어장벽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유 총장은 “내부 요인뿐 아니라 이같은 대학교육의 글로벌화가 우리 대학들에겐 큰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하는 교육 수준은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눈높이지만 등록금 수준은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간극이 있는 것도 문제다. 국내 대학교육과 재정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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