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올해 칠순과 등단 30년을 맞은 문인수 시인(사진)이 열한 번째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비)를 내놓았다. 일상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온 문 시인의 이번 시집 주제는 ‘명랑’. 시집 속 명랑함은 국어사전에 새겨진 뜻처럼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함’이 아니다. 오히려 가난과 죽음 같은 인생의 어둠과 그늘에서 나온다. 시를 쓰는 그의 화두는 “명랑한 이야기는 왜 시가 잘 되지 않는가”이다. 인생의 무게를 시로 만드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의 시가 명랑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삶의 애잔함을 명랑한 태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그저 슬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말한다.
‘와-보세요, 저 별! 똥 누러 가는 속도로,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똥끝이 타는 속도로 별 하나가 이제 그리 급하게 자러 간 겁니다. 그러나 곧, 그러니까 수억광년 후쯤엔 또 반드시 제자리, 제정신으로 돌아와 반짝, 반짝이겠지요./좀더 행복해질 때까지, 그는 다시 그렇게 자꾸 웃겠지요’(‘별똥별’ 부분)
기차역 대합실 노숙자 할머니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래, 동대구역엔 설레는 목적지, 그쪽으로 가는 명랑한 은하철도가 있다, 있다.’(‘은하철도가 있다’ 부분)며 할머니에게 있는 가느다란 희망을 응원한다. 삶의 묵직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시인이 가진 인생의 연륜과 시력(詩歷)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집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명랑함과도 마주치게 된다. 결혼하느라 잠시 가게를 쉰다는 여주인의 안내문을 보고 쓴 시 ‘명랑한 거리’는 고된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명랑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좋은 여자란 누구에게나 무릇 오매 같거나 큰누부 같지 않더냐.//‘알림’ 전문을 들여다 보는 잠시 나는 참 소리 없이, 맛있게/배불리 웃었다. 껑충껑충, 껑충껑충 “저 시집갑니다.”’(‘명랑한 거리’ 부분)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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