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교소식통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도 한국의 AIIB 가입을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패권적이고 불투명한 행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워싱턴에 많지만 AIIB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AIIB에 가입함으로써 중국의 주도를 일정하게 견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연구원도 "한국과 다른 미국의 동맹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강화를 중국에 요구했고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말했다.
이번 AIIB 참여 결정이 한·미 관계에는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다만 주요 동맹인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 흐름에 편입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동북아의 또 다른 동맹인 일본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미묘한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말로 참여시한이 다가온 AIIB 가입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의 AIIB 가입 결정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AIIB 가입을 계기로 나름의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은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을 향해 AIIB 가입이라는 '선물'을 준 만큼 이제는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다소 유연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AIIB 가입과 사드 배치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갇혀 있는 한국으로서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할 이슈가 아니다"라며 "이번 AIIB 가입을 계기로 사드 배치 문제를 시간을 두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사드배치 논란이 주한미군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사드를 도입하는 쪽으로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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