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균 기자 ] 세계 산유량의 0.2%를 차지할 뿐인 예멘이 국제유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예멘의 하루 산유량은 13만3000배럴로 세계 39번째다.
하지만 산유량 비중과 달리 예멘은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중동산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유조선이 지나는 요충지다.
예멘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끼고 있다. 이곳은 국제 해상 운송의 핵심 기점으로, 세계의 많은 에너지 수송선들이 지나간다. 2013년 기준으로 이 해협을 통과해 세계로 수출되는 원유는 하루 평균 380만배럴에 달한다. 예멘 산유량의 30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곳이 폐쇄되면 페르시아만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인근 수메드 수송관 등으로 이어지는 유럽, 아프리카로의 원유 수송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유조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에서 선적한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할 때 이 해협을 지나야 한다.
이곳이 봉쇄되면 경우 페르시아만 대신 아프리카 남쪽 끝으로 우회해야 한다. 시간은 물론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고 EIA는 설명했다. 또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막히면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아시아 시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켄 크로퍼드 아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 매니저는 “이런 지리적 위치로 인해 사우디와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이 예멘에서의 군사작전에 개입한 것”이라며 “예멘 사태가 악화되면 국제 원유 수송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산유량 1, 2위를 차지하는 사우디와 이란이 예멘 정세로 인해 긴장 국면에 들어간 것도 향후 원유 공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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