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 논란 재연될까… 6·9월 모의평가 잣대 될 듯
[ 김봉구 기자 ] 교육부가 31일 ‘수능 출제오류 개선방안’과 ‘2016학년도 수능시행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 수능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교육부 안은 지난 17일 수능개선위원회가 내놓은 시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달라진 점은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난이도 부분이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전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작년 수능은 수학B형(4.3%)과 영어(3.37%) 만점자 비율이 매우 높게 나오는 등 ‘물수능’ 논란이 일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적정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수능개선위는 이러한 비판을 감안해 변별력 강화를 제시했다. 당시 시안에는 “실력이 아닌 실수 여부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 과도한 만점자 발생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됐 ?
이를 토대로 입시업체들이 올 수능이 작년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교육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도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확정 발표된 안에서도 똑같은 언급만 반복했을 뿐, 난이도에 대한 속 시원한 풀이는 없었다.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란 표현이 곧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라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입시업체들부터 올 수능에 대한 난이도 전망이 엇갈린다. 교육 당국의 방침을 해석하는 입장 차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16학년도 수능도 출제 기조는 전년도와 같이 유지되므로 올해 수능도 아주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어, 수학, 영어가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 수험생들은 쉬운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만점자가 지나치게 많았던 수학B형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작년보다는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쉬운 출제 기조를 밝힌 영어도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춘 선에서 난이도가 조정될 여지가 높다”고도 했다.
올 수능 난이도에 대한 교육 당국의 두루뭉술한 입장이 수험생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작년 수능이 국영수 영역 간 난이도가 컸고 탐구영역 과목 간 격차도 컸던 상황이라 수험생들이 올해 수능 학습 포인트를 잡는 데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쉽게 출제됐기 때문에 올해는 어렵게 출제될 것이란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발표된 수능 출제오류 개선방안과 수능시행 기본계획이 반영된 6월·9월 모의평가가 올 수능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실질적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올 수능은 작년에 쉽게 출제된 영역의 경우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교육부가 명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능 난이도를 예측하는 건 무의미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예측하는 방향이 맞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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