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재무설계] 예·적금 줄이고 소득공제 펀드 우선 가입…연금저축·IRP로 최대 700만원 세액공제

입력 2015-04-01 07:00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남성 고객이 찾아왔다. 계획에 없던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맞벌이를 하면서 첫째 아이를 보는 베이비시터 급여로 월 150만원을 지급해 왔는데, 둘째 아이까지 키울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당장 베이비시터 급여는 두 배 가까이 될 것이고 나중에 교육비, 학원비 또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더라도 살면서 여러 변수로 인해 재무설계를 짜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지는 40~50대 중장년층은 더 그렇다. 원점에서 재무설계를 다시 짤 시점이다.


연 1%대 금리…예·적금 ‘판’ 다시 짜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을 굴릴 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금액이 이미 2000만원으로 줄어들어 세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리는 떨어지고 세금은 올라가는 답답한 현실이다. 예금과 적금에 의존한 과거의 투자 방식을 고집해선 안 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한 번 따져보자. 실질금리는 지난해 연 1.12%에 그쳤다. 금리도 연 1% 수준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은 痼막?관측된다. 예금 금리가 연 5%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약 14.2년이 걸린다. 연 2%면 35년, 연 1%면 69.7년이 소요된다. 정기예금으로 돈을 굴려 얻은 이자로 노후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 재테크 상식을 바꿔야 할 때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주식, 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해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금리에 덜 민감하다. 하지만 안정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 현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저금리 시대에는 금융상품이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금융상품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적절히 운용한다면 보다 많은 수익금을 챙길 수 있다.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주식 투자보다 덜 위험하면서도 일반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만한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원금이 보장되는 ELD는 다양한 상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ELS도 다양하지만 크게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나뉜다. 원금 보장 상품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있고 반대로 시장이 상승할 때는 비보장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

대부분 ELD는 수익금에 대해 과세되며 ELS는 일부만 과세된다. 계약기간이 2년 또는 3년이라면 2~3년치 이자가 한꺼번에 생겨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가입금액을 정해야 한다. 요즘은 적립식펀드 형식의 ELS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여기에다 주가연계펀드(ELF)나 해외 국가별 펀드에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비과세·절세 상품 가입은 필수

금융회사에서 이자를 받을 때는 15.4%(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떼고 받게 된다. 이런 세금부담 없이 예금보다 수익을 더 받길 원한다면 비과세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에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개인당 2억원까지 비과세 한도가 줄었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겐 과거와 동일하게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투자상품이 아닌 저축성 상품이며 예금자 보호대상 상품이다. 그만큼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저축성보험은 수수료를 떼고 나면 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장기 투자의 경우 세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역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말정산 시 세금을 돌려 받기보다 더 토해내야 하는 직장인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연금저축은 대표적인 세액공제 상품이다. 아직도 가입하지 않았다면 적극 추천한다. 연금저축은 연간 납입액 중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적립식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까지 합하면 최고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7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세액공제로 매년 92만4000원의 세금을 돌려 받게 되며 납입금을 15년간 펀드로 투자하면 2억원(투자수익률 연 5% 가정)에 육박하는 큰 돈이 될 수도 있다. 연금저축과 IRP 등을 포함해 다른 소득공제도 충실히 준비해 매년 200만~300만원 정도의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면 소득공제 받은 금액을 별도 목적(비상자금 등)으로 재투자하는 게 좋다. 남은 재직기간 중 꾸준히 투자한다면 은퇴 시 제법 상당한 돈이 될 수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경우엔 주택 마련을 위한 적금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펀드상품 가입이 필수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자녀가 있다면 어린이 적립식 보험을 들어 교육비로 활용하는 게 좋다. 50대에는 물가연동국채 같은 채권을 활용해 실질 자산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재테크 포인트로 꼽힌다.

커피·담배 줄이는 것도 재테크

심근경색, 뇌출혈 등 40~50대 직장인이 이런 질병과 연관된 돌연사 소식을 뉴스에서 많이 접한다. 건강도 생각해야 될 나이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많이 올랐다. 정부에서는 금연정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커피도 많이 마신다. 요즘은 한 잔에 5000원 하는 커피를 부담 없이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값과 담뱃값이 하루에 1만원에 육박한다.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와 담배를 끊고 이 돈을 20년간 투자해보자. 과연 금액은 얼마나 될까.

투자수익률 연 5%를 가정하게 되면 1억2000만원이 된다. 은퇴 후를 대비한 넉넉한 돈은 아니지만 은퇴 부담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저금리 시대, 누릴 것은 누리자

저금리 시대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자는 얘기가 아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기존에 받은 대출이 있다면 이자율을 점검해 보고 필요시 대환(금리변경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식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연 2% 중반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식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정책 의지가 반영된 상품이 나올 때마다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안심전환대출에 이어 연 1%대 공유형모기지론도 출시된다고 하니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 보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면 좋다.

김웅태 < 우리은행 도곡스위트지점 PB팀장 kwt1279@wooriban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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