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넘긴 노사정 대타협] 노동계에 끌려간 정부…기업들 "양보만 강요, 무슨 개혁 하겠나"

입력 2015-04-01 21:15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파견업종 확대 등 양보
취업규칙 요건 완화 등 노동유연성 강화는 '뒷전'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총액 임금만 올려준 꼴



[ 강현우/백승현 기자 ]
2013년 4월30일 국회에서 정년연장법이 전격 통과됐다. 2016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당시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등 보완책 없는 정년 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했다. 정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회는 밀어붙였다. 노동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후 현장에선 두고두고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임금피크제 같은 보완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정년 연장을 달성한 노조와 노동계는 의무사항도 아닌 임금피크제를 쉽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정부 문제를 기업에 떠넘겨”

박근혜 정부 들어 불거진 노사 갈등은 정년 연장에 그치지 않는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은 정부의 정책 오류가 낳은 부담을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은 대표적인 사례다. 기본급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에 따라 기업과 노조는 상여금과 수당 등을 늘리며 총액 임금을 올렸다. 주당 68시간 근무도 주말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부 행정해석에 따라 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문제에서 정부의 행정해석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급해진 정부는 부랴부랴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하고 나섰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패키지 딜’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2일 노사정위는 14개 논의 과제를 확정하고 구체적 협의에 들어갔다. 시한은 지난달 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과제 대부분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문제들이어서 노사정위가 기업에 양보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영합적 행보 지양해야”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재개된 노동시장 개혁 논의도 결국 기업이 부담을 짊어지는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영계의 관측이다. 1일 새벽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과 파견 대상 업종 확대 등 두 가지 핵심 의제를 노동계 요구대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저(低)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두 의제를 ‘핵심 안건’으로 분류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의제인 파견 업종 확대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이 빠진 합의는 실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노동 유연성을 포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업의 기여를 요구하는 등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근로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며 버티는 노동계에 제시하는 일종의 타협 카드다.

사회안전망 확충에 필요한 재원은 3조원가량이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기업은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갖게 되는 만큼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업을 압박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기업에도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급여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은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인기영합적인 행보를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현우/백승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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