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되찾은 日 기업 더 강해졌다] 산업용 로봇·셰일에너지…'10년 앞선 투자'로 20년 불황 이겨냈다

입력 2015-04-01 21:44   수정 2015-04-02 06:14

(3)당장 돈 안돼도 '우직한 투자'

야스카와전기, 1977년 로봇 제조 시작
15년 지나서야 매출 나와…"준비 안했으면 망했을 것"

미쓰이물산, 셰일가스 이름도 생소할 때
한 해 10억달러 넘게 투입…지난해 순이익 1180억엔



[ 노경목 기자 ]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야스카와전기가 로봇 제조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77년이었다.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로봇 제조회사를 찾아보기 힘든 시기였다. 미쓰이물산은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셰일가스에 가장 먼저 투자한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가 셰일가스 투자를 검토한 것은 셰일가스 개념조차 생소한 2007년이었다.

특별한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17일과 1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양사 관계자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야시다 아유미 야스카와전기 관리부장은 “언젠가는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을 계속 로봇 개발에 밀어 넣은 우직함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미쓰이물산 경영기획부의 부케 데쓰야 해외실 차장은 “10년 후 먹거리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은 돈이 안 되고 힘든 사업이라도 나중에 남이 할 수 없는 분야를 발굴하는 자세가 중요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시장이 없을 때 먼저 시작

야스카와전기가 처음 로봇 제작에 도전했을 때 산업용 로봇은 일본 내에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한 것은 1992년 혼다가 공장에 산업용 로봇을 대거 도입하기 위해 야스카와전기가 생산한 로봇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15년간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분야에 연구개발비만 쏟아부었다. 하야시다 부장은 “돌이켜보면 미련할 정도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경영진은 로봇산업의 장래성에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의 판단이 없었다면 야스카와전기는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1970년대 주력사업이던 시스템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내수산업으로 성장성이 없는 시스템엔지니어링만으로는 20년 장기불황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로봇 부문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34%였다.

야스카와전기가 다음 먹거리로 준비하고 있는 분야는 신재생에너지에 쓰이는 파워컨디셔너다.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가정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장치로 역시 초기 10년간은 아예 시장이 없었다. 하야시다 부장은 “2000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는데 2010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파워컨디셔너는 로봇에 사용되는 전력 변환장치와 구조가 비슷한 만큼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보다 10년 후 먹고살 것을 고민

미쓰이물산이 미국 셰일에너지 투자를 고민하기 시작한 2007년은 셰일가스가 막 생산되기 시작할 때였다.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셰일에너지의 개념 자체가 생소할 때다. 부케 차장은 “미쓰이물산의 영업맨들은 오늘 먹고살 것보다 10년 후에 벌어들일 것을 고민하도록 훈련받는다”며 “지금 100개의 프로젝트를 꾸리면 10년 후에 돈이 되는 건 3~4개 정도인데 셰일에너지도 그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미쓰이물산은 2011년 12억달러, 2013년 18억달러를 셰일오일 및 셰일가스에 발 빠르게 투자했다. 일찍 확보한 셰일에너지 덕분에 미쓰이물산의 에너지사업본부는 유가가 크게 떨어진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도 1180억엔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부케 차장은 “1960년대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불어닥친 ‘상사의 겨울(불경기)’을 지나오면서 10년 후를 미리 고민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며 “지금은 에너지부문에서 내는 수익이 전체의 80% 이상이지만 현재 고민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향방에 따라 앞으로 또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이물산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는 농업이다. 농업 생산에서 가공, 운송까지 전반적인 식량 공급 인프라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농업 생산에도 뛰어들어 홋카이도에 있는 양파농장에서는 지난해 90의 기능성 양파를 수확해 올해부터 판매에 나섰다.

도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특별취재팀=서정환 도쿄특파원(팀장), 노경목(지식사회부), 남윤선(산업부) 기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공동기획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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