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한국 남성은 결혼을 통해 얻는 이득이 여성보다 많고, 이혼 시엔 더 많은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로버트 루돌프(국제학부)·강성진(경제학과) 교수의 논문이 해외 학술지 ‘페미니스트 이코노믹스’에 실렸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수년간 1000여명의 첫 결혼 전후와 또 다른 200여 명의 이혼 전후 이력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남성은 결혼 시 여성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보통 여성의 만족이 결혼 2년 후 사라지는 것과 달리 남성은 높은 행복지수가 결혼 내내 유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부부가 파경을 맞으면 이런 효과가 뒤집어졌다. 이혼이나 사별 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받았다. 또 대부분의 이혼 남성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한국 부부 사이에선 결혼으로 얻는 전반적 이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영국·독일 등 서양에서 진행된 유사한 내용의 연구와는 상반된 결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기존 서양 국가의 연구에선 결혼 犬?이혼으로 인한 행복지수의 성별 격차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개인은 거의 모든 삶의 사건에 적응한다는 결론이 주를 이뤘다.
반면 고려대 연구팀은 이러한 완벽한 적응은 한국 여성에게서만 보였고 남성에게선 발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영향과 적응력 차이는) 한국의 높은 성 불평등을 반영한 결과”라며 “전통적 롤모델이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가정과 사회적 삶의 여러 방면에 성 격차가 남아있어 결혼에서 성별에 따른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작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142개국 중 117위에 그쳤다. 2012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5.2%, 대졸 여성 62.4%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3%(전체)와 82.6%(대졸)에 크게 밑돈다.
이번 연구는 삶의 특정 사건이 당사자가 직접 보고한 행복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력을 조사했다. 성 격차는 결혼·이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에도 영향을 끼치며, 일자리를 잃을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는 등의 결과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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