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등 지점장, 감사원 감사로 인사 불이익...성진지오텍 부실은 PMI 잘못
이 기사는 04월01일(05:1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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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인수권 헐값 매각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산업은행이 BW의 신주인수권을 전 전 회장이 아닌 포스코에 직매각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M&A 키를 쥔 성진지오텍 창업주
우 선 BW를 보유했던 산업은행 울산 지점은 엿새 뒤 포스코로 경영권이 팔린다는 사실을 몰랐다.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을 포스코가 인수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매우 컸기때문에 M&A 협상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게다가 전 전 회장은 BW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다. 산업은행이 BW와 RCPS를 모두 보통주(1072만주)로 환산하면 전 회장(990만주)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갖게 되는 것을 막는 조치다. 일각에서는 전 전 회장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주주간 계약서엔 우선매수권 조항이 누락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법률적으로 면밀하지 못한 중견기업 오너(전전동)의 실수다. 자신의 권한을 법률 문서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 론 전 전 회장은 신주인수권을 사들여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 자문사로 매각 구조를 설계한 산업은행 M&A실(자문사)과 포스코측도 사전에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매각 구조가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에 손해가 아닌 이득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투자 차익과 여신 건전성 제고 등의 부수적 효과때문이다.
사실 당시 M&A의 열쇠는 창업주였던 전 전 회장의 지분(40.98%)을 파는 일이었다. 성진지오텍 매각은 당초 2대 주주인 미래에셋 지분(26%)을 파는 일로 시작됐다. 키코에 물린 2대 주주 지분을 사겠다는 곳이 없었다. 산업은행 M&A실은 최대주주인 전 전 회장과 함께 경영권 지분을 파는 아이디어를 냈다. 인수 적격 후보로 포스코를 지목했다.
하지만 전 전 회장은 포스코에 굳이 경영권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공개 매각으로 전환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반면 포스코는 공개매각으로 전환되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포스코가 ‘3년간 CEO 임기 보장’과 같은 당근책을 전 전 회장측에 제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이 BW를 우선매수권이 있는 전 전 회장에게 넘기지 않았다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었다는 게 거래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영권을 가진 전 회장이 2대 주주(미래에셋)나 주채권은행(산업은행)보다 더 많은 이득을 가저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기때문이다.
게다가 창업주가 경영권을 파는 대신 2대주주로 남아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는 M&A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수후통합(PMI) 기법이다.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창업주가 경영권 매각 후 같은 업종에 경쟁사로 뛰어들지 못하게 막는 효과를 낸다.
◆감사원 금감원도 헐값 매각 근거 못찾아
IB 업계에서 성진지오텍 매각은 부실화된 기업을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정상화시킨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전 전 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고, 2대주주(미래에셋)와 주채권은행(산업은행)은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 새로운 대주주(포스코)는 플렌트 제조 공정을 수직계열화함으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이런 기대감으로 성진지오텍 주가는 그해 11월 1만8000원까지 80% 가량 수직상승했다. 당시 주거래처이면서 성진지오텍 주식을 들고 있었던 산업은행 울산 지점은 그해 지점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상 황이 급변한 것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모 언론 기사를 근거로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다. 감사원과 금감원이 각각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했지만, 당시 언론이 제기한 핵심(헐값 매각)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다만 매각 과정에서 공정가치 측정 방식을 잘못 적용해 31억~69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며 당시 책임자(울산지점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그가 벌었던 1000억원의 투자 차익과 2000억원 규모의 여신 건정성 제고 효과는 따지지 않았다. 금감원은전 전 회장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300억원의 차익을 부당하게 거뒀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5년 후 시점에서 결과론적으로 따져보면 산업은행이 당시 포스코로 경영권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투자 차익은 커녕 투자 원금을 날렸을 뿐 아니라 2000억원의 대출 여신까지 부실화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감사원 징계 조치로 당시 해당 지점장은 포상은 커녕 인사상 불이익만 받았다”고 전했다. IB 관계자는 “매각 과정이 잘못됐다기 보다 인수후통합(PMI) 작업이나 플랜트 업황 악화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좌동욱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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