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잃게 하는 위중한 범죄
군형법에 뇌물죄 신설해 엄벌해야"
고성윤 < 군사평론가·前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ksyoun521@naver.com >
지난달 26일 천안함 5주기 추모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는 매국행위”라고 질타하고 비리의 뿌리를 뽑을 것임을 밝혔다. 현재 군 비리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의해 52명이 기소됐으며 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직 참모총장 등 고위급 예비역 장성들이 방위사업 관련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독 이들이 현직에 있을 때 연루된 갖가지 형태의 비리가 줄줄이 밝혀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 군기문란에 이은 방산비리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위기 수준이다.
물론 최근 밝혀진 비리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 않다. 국민은 군과 관련된 비리가 방산 분야를 넘어 국방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비리들은 일부 몰지각한 직업군인의 범죄행위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사안의 특성상 그들의 비리는 국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중한 범죄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군인의 뇌물수수 비리는 군 전력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이런 행위는 군기를 문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군의 사기와 단결을 뿌리째 흔들어 전승의 요체를 좀먹는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점은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장교들의 금품 관련 비리는 군의 존립 목적 자체를 해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중한 범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비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평소 비리를 저지른 자를 발본색원하는 노력도 중요하나, 시급한 것은 예방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이는 법률적 접근을 요한다. 현재 군 형법에는 뇌물 관련 조항 자체가 없다. 따라서 현역군인의 뇌물 관련 범죄는 일반 형법을 준용해 다룰 수밖에 없다.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의 제129조(수뢰, 사전 수뢰),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제132조(뇌물공여 등), 그리고 제133조(뇌물공여) 조항을 적용한다. 또 뇌물의 액수가 클 경우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를 준용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군은 전쟁에 대비해 존재하는 집단으로, 일반 공무원과는 성격이 매우 다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군 장교는 높은 수준의 청렴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군인의 뇌물 관련 범죄를 일반 공무원과 같은 수준에서 일반형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군 형법에 ‘군인의 뇌물수수에 관한 죄’ 조항을 추 ′構?형량 역시 일반 공무원에 비해 훨씬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금품 액수가 클 경우에 적용할 ‘군인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이런 접근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우려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도록 기본권 제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37조에는 국가안전보장에 필요할 경우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의 핵심인 직업군인의 뇌물 관련 범죄에 대한 엄단은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법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비리를 근본적으로 일소하고 비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서는 군 형법을 전향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라면 그래도 낫다. 나라를 잃고 법을 고칠 수는 없지 않은가.
고성윤 < 군사평론가·前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ksyoun521@naver.com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