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Go'

입력 2015-04-03 21:25   수정 2015-04-04 04:27

ANA 첫날 긴 러프·강풍 뚫고 기록 이어가

강한 정신력에 정확한 샷 갖춰
11개 대회 연속 '톱10' 기록도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 도전
"소렌스탐의 59타도 깨고 싶다"



[ 최만수 기자 ]
사막의 강한 바람도, 메이저 대회의 압박감도, 까다로운 코스도 18세 소녀를 막지 못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여자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리디아 고는 경이적인 언더파 행진과 더불어 최연소 메이저 대회 우승과 소렌스탐의 18홀 최소타 신기록(59타)에도 도전한다.

◆강풍에 박인비·루이스도 흔들

리디아 고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에서 열린 시즌 미국 L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1라운드까지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해 소렌스탐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미션힐스CC는 이날 쉽게 언더파를 허락하지 않았다. 115명의 선수 중 25명만 언더파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도 각각 2오버파, 이븐파를 기록할 정도로 코스 난도가 높았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리디아 고는 첫 홀에서 5m짜리 버디 퍼트에 성공시하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12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냈지만 이후 강한 바람이 불면서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3번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려 첫 보기를 한 뒤 15, 16, 18번홀에서도 보기를 기록해 전반 9홀에서 1오버파를 기록했다.

아이언샷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퍼트감이 리디아 고를 구했다. 리디아 고는 18번홀(파5)에서 대기록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네 번째 샷이 나무에 걸려 그린에 올라가지 못한 것. 하지만 침착하게 5m짜리 보기 퍼트를 성공시키며 더블보기 위기를 보기로 막아냈다. 그는 8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기어이 언더파 스코어를 만들었다.

◆상황 탓 않고 위기를 기회로

리디아 고는 연속 언더파 기록 외에 11개 대회 연속 ‘톱10’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출전만 했다 하면 톱10에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디아 고가 이처럼 안정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강한 정신력과 정확한 샷, 빠른 코스 적응력을 꼽는다.

리디아 고는 경기가 끝난 뒤 “바람이 강해서 힘들었지만 11번홀에서는 오히려 뒷바람을 이용해 샷을 가깝게 붙일 수 있었다”며 “실(失)이 되는 부분도 있고 득(得)이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운이 나쁘鳴磁?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소렌스탐이 세웠던 한 라운드 59타 기록에도 가까이 가보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위기에 빠져도 상황을 탓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리디아 고는 올 시즌 그린적중률(82.4%·2위), 그린 적중 때 평균 퍼팅 수(1.744회·6위) 등 쇼트게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도 253.7야드(31위)로 준수하다. 어디 하나 약점이 없다. 리디아 고의 소속팀인 캘러웨이골프의 김흥식 이사는 “리디아 고는 운동신경도 좋지만 뛰어난 두뇌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동 10위에 오른 리디아 고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여자골프 역대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세운다.

1라운드에선 2007년 이 대회 우승자인 모건 프레셀(미국)이 5언더파 67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4언더파 68타를 친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2위다. 55세의 베테랑 줄리 잉크스터(미국)가 3언더파 69타로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최나연(28·SK텔레콤)은 2언더파 70타, 공동 7위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김효주(20·롯데), 양희영(26), 전인지(21·하이트진로) 등도 1언더파 71타를 쳐 리디아 고와 함께 공동 10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인비는 공동 51위(2오버파 74타)에 그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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