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도착 순서 아닌 급한 순서대로

입력 2015-04-04 03:01  

조미현 기자의 똑똑한 헬스컨슈머

응급 정도에 따라 먼저 진료
호흡곤란·출혈 등이 최우선



[ 조미현 기자 ] ‘열이 나는 암 환자와 얼굴이 퉁퉁 부은 알레르기 환자 중에 더 위급한 환자는 누구일까?’

언뜻 생각하면 암 환자가 더 위급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얼굴 부종이 나타난 알레르기 환자를 응급환자로 분류합니다. “알레르기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보고 많은 분들이 분노하셨을 겁니다. 환자들이 수술장이나 병실로 올라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병원만 전국에 20곳이나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보훈병원(37.3시간), 부산백병원(18.5시간), 전북대병원(17.0시간), 서울대병원(16.5시간), 분당서울대병원(14.2시간) 순이었는데요. 세브란스병원(12.2시간), 서울아산병원(12.1시간) 등 주요 대학병원도 10시간이 넘었습니다. 너무 아프고 걱정이 되는데 응급실에만 남겨둬서 속상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더 그러셨을 겁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선착순이 아닙니다. 응급환자를 제일 우선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입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 가운데 누가 응급환자인지 판단해 우선순위에 따라 진료한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는 바람에 정작 중증(重症) 응급환자들의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복지부 조사에서도 권역별 응급 의료센터를 방문한 환자 가운데 중증 응급환자인 경우는 9.5%에 그쳤습니다.

병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응급환자로 분류합니다. 구토 등을 동반한 머리 손상, 급성 호흡곤란, 심한 탈수, 광범위한 화상, 화학물질에 의한 눈 손상, 지혈이 안 되는 출혈, 소아경련성 장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 등입니다.

어린이가 38도 이상 열이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8세 이하 어린이라면 공휴일이나 야간 등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때 응급실을 찾으면 됩니다. 평일 낮에는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으면 응급실 등급에 따라 5만원이 넘는 응급관리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평소에 응급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응급의료정보 포털 ‘이젠(www.e-gen.or.kr)’에서는 응급실 위치,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 증상, 응급처치 방법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응급실은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초 진료를 하는 곳입니다.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평소 앓고 있는 병이 있다면 주변에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알아두는 것이 더 낫다고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진짜 응급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빠른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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