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중단 악몽 재연 우려
국제규범 따라야 北 경제도 발전해"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
2013년 4월3일 북한은 한국의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진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했다. 이 조치로 개성공단에서 133일간 기계소리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의 이런 ‘갑(甲)질’이 가능했던 것은 개성공단이 북한 지역에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배타적 행정권’을 일방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남북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차례 실무접촉을 통해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초석을 마련했다. 이때 합의한 내용은 출입·체류, 투자보호 및 관리운영 등 제도개선,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국제경쟁력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공동위원회나 분과위원회를 통해 협의·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2013년 8월 개성공단은 정상화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공단정상화 합의는 곧바로 휴지조각이 되고 북한의 억지 본색이 다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3통’ 합의이행 거부, 7월 질서위반행위자에 대한 통행금지 위협, 9월 계약불이행 시 기업인 억류 등과 같은 일방적 제재조치를 강행했다. 지난해 11월엔 ‘최저임금 상한선 5% 룰’ 폐지 등 공단의 노동규정을 개정하고 올 3월부터 최저임금을 월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5% 룰을 깬 임금 인상률도 문제지만 북한이 기존 합의를 무시하는 일방적 행태가 재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임금인상 사실을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총괄부서가 아니라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통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합의를 무시하고 한국 정부를 철저히 경시하려는 저의로 해석된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요구한 임금 인상액에는 사회보험료 등 각종 명목의 수당이 포함되지 않았다.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월 180달러를 웃돈다. 그런데도 북한이 최저임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임금수준이 낮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또 임금협상 이후 공단의 현안과제인 노동규정 개정, 토지사용료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기업도 계약조건을 무시하는 북한의 억지행태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우가 있다. 시양(西洋)그룹은 2006년 황해도 옹진에 철광석 선광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합영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북한은 계약 당시 조건과 달리 자원세를 25% 인상했다. 이에 시양그룹이 철수 의사를 밝혔고, 북한은 상임위원회 명의의 ‘53호 문건’을 내세워 파국상황을 봉합했다. 2011년 4월 시제품이 생산되면서 북한은 다시 태도를 바꿨다. 북한이 북·중 동일임금, 토지임대료와 공업용수 사용료, 자원세 등 16개 사항을 요구했고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북한은 계약을 파기했다.
개 성공단과 중국 시양그룹 사례의 공통점은 북한이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런 북한의 일방적 행동은 북한은 ‘언제라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나라’이며, ‘투자할 경우 투자보호가 전혀 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각인시킨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나쁜 신호가 외부세계로 지속적으로 발산되는 한 북한 경제개발구의 미래는 없다. 특히 북한의 일방적 억지가 누적될 경우 ‘2013년 가동중단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개성공단이 남북 상생의 공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규범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식변화도 절박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개성공단 발전도, 북한 경제의 발전도 담보할 수 있다.
조영기 < 고려대 교수·북한학 bellkey1@hanmail.net<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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