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한 일대사 불러 항의
"과거의 잘못 되풀이" 비판
[ 전예진 / 도쿄=서정환 기자 ]
내년부터 거의 모든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이 같은 내용의 기술은 작년 4월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어 중학교까지 확대된 것이다. 일본이 또다시 독도 영유권 문제와 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도발을 재개하면서 한·일 간 외교 마찰이 심화될 전망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6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이번에 검정을 신청한 18종 모두 합격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지리 4종과 사회 6종, 역사 8종 등이다. 이들 18종 중 15종이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고 있으며 13종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2011년 검정을 통과한 현행 역사·공민·지리 교과서 18종 중 ‘한국의 독도 불법 점거’ 주장을 실은 교과서는 4종에 그쳤지만 이번 검정을 거치며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나머지 교과서는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이나 ‘일본이 영유권을 확보’, ‘일본의 영토로 편입’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7~8월 채택과정을 거쳐 내년 4월부터 교과서로 사용된다. 현행 교과서 18종 중 지도만 표기하고 있는 3종을 비롯해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교과서는 14종이지만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모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벳쇼 코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그에 기초한 영토관을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본이 이웃 국가로서 신뢰를 받으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검정 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교과서 내용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시민단체를 통해 해당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는 운동을 벌이는 방법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사전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10년간 교과서 개정을 통해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왔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출범 이후 학교 교육법과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주한 일본대사를 부른 것과 항의 성명을 발표한 것 이외 다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도 작년의 ‘강력 규탄’과 ‘경고’ 문구가 빠졌다는 점에서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전예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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