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시아수출 원유값 인상

입력 2015-04-06 21:18  

내달 배럴당 30센트 ↑
"글로벌 원유 수급 개선"



[ 강동균 기자 ]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에 수출하는 5월 원유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시아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 5월 인도분 가격 할인폭을 배럴당 60센트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할인폭이 줄어들면서 아랍 경질유 가격은 4월보다 배럴당 30센트 오르게 됐다. 아람코는 아시아에 판매하는 다른 4개 등급 원유 가격도 다음달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반면 북미와 북서유럽에 판매할 아랍 중질유 가격은 다음달 각각 10%, 20% 내릴 예정이다. 이 지역은 중동산 원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중동 산유국은 대개 아시아지역 정유사를 상대로 장기 계약을 맺어 원유를 공급한다. 이때 가격은 수급 상황에 맞춰 중동지역 기준물인 오만이나 두바이산 원유 가격에 웃돈을 붙이거나 할인하는 방식으로 조절한다.

아람코의 이번 조치는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사진)이 글로벌 원유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알나이미 장관은 지난달 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 콘퍼런봇【?“글로벌 원유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사우디는 어떤 수요든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람코를 비롯한 중동 석유업체는 올해 들어 일제히 아시아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을 내렸다. 미국,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러시아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원유 공급이 늘어나자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OPEC은 지난해 11월 말 총회에서 원유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데도 산유량을 동결해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하지만 최근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이 정정 불안으로 원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의 가격 인상 소식에 국제 유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지난 2일 배럴당 49.14달러에 마감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50달러를 넘어섰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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