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출 가격 올린 사우디 전략도 '변수'
[ 강동균 기자 ]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후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 협상 타결 직후엔 이란산 원유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하락했지만 6일(현지시간)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급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향후 국제유가 흐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 이슈에 출렁이는 유가
관심은 앞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얼마나 빠르게 늘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협상 타결 당시만 해도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실질적인 공급자로 합류하면서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평균 110만배럴 정도지만 수출 목적으로 약 30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고 있어 제재가 풀리는 7월 이후부터 수출량이 곧바로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관측에 따라 2일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1.9% 하락한 배럴당 49.14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8% 떨어진 배럴당 54.95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원유 시장이 3일을 쉬고 다시 문을 연 6일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WTI 5월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6.11% 급등한 배럴당 52.1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월3일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브렌트유 5월 선물 가격은 5.77% 오른 배럴당 58.12달러에 장을 마쳐 2월13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란이 원유 수출을 늘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경제 제재가 풀리기 위해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이란의 원유 시추와 개발시설이 노후화돼 즉각적인 증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란산 원유는 올해까지 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전망 의견 엇갈려
2013년까지 3년간 10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브렌트유는 올 1월까지 60% 주저앉았다. 2월 들어 반등하다 3월부터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의 출렁임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다.
지난달까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에서 안정될 것이란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마크 키넌 소시에테제네랄 원자재리서치 대표는 원유 시장이 올 하반기에 균형을 되찾아 연말에는 유가가 배럴당 60~65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 알오마르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사이에 국제유가를 60달러 선에서 묶기로 했다는 밀약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유가 전망을 둘러싼 이견이 커지고 있다. 원유 거래업체 에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란산 원유가 추가로 시장에 유입되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최근 아시아에 수출하는 5월 원유 판매 가격을 올렸다. 이날 국제유가 급등은 사우디의 가격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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