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서정환 기자 ] CJ재팬은 요즘 노심초사다. 오는 22일 일본 사이타마현 슈퍼아레나에서 ‘케이콘(KCON) 2015 재팬’을 열기로 한 마당에 한·일 간 외교 마찰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KCON’은 2012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개최해온 북미 최대 한류 문화페스티벌이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에서 처음 열기로 했다. CJ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정치·외교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문화 교류는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와중에 무슨 한류’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들어 일본 정부의 영토 도발과 역사 왜곡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 6일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3개 과목, 18종 교과서는 모두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18종 교과서 중 11종만 관련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7일 공개한 ‘2015년 외교청서’는 독도를 ‘국제법상으로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라고 적고 있다. 고노담화의 검증 내용까지 자세히 소개하면서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2차 내각 출범 이후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를 통한 역사왜곡이 연례 행사가 되긴 했지만 강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강하다.
앞으로의 정치·외교 일정도 가시밭길이다. 21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제사)에 아베 총리나 주요 각료의 신사 참배 및 공물 헌납이 예상된다. ‘KCON 2015 재팬’이 열리기 하루 전이다. 29일엔 사상 첫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물타기’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 초 일본 국회를 통과할 집단적자위권 관련 안보법이나 8월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도 우경화에 한발 더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정부의 잇단 역사왜곡은 ‘국교정상화 50주년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이라는 50주년(6월22일) 기념 표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양국 정상 간 만남도 점점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만나자고만 하면 뭐합니까. 역사문제로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데…”라는 외교 당국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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