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 인하나 미국산 쌀 특혜 요구할 듯
추가개방 거부하던 일본, 연 5만t 저관세 검토
미국에 양보하면 쌀 수출국 모두 공세 가능성
[ 심성미 기자 ]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 위해선 쌀 수입시장의 문턱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쌀 시장 추가 개방’이 뜨거운 통상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은 한국이 현행 513%인 쌀 수입관세율을 낮추든지, 아니면 미국산 쌀의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는 “TPP 협상과 쌀 시장 추가 개방은 연계할 수 없는 별개 사안”이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TPP 가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은 험로가 예상된다.
○압박으로 협상력 높이는 미국
미국이 주도하는 TPP의 제1원칙은 ‘예외 없는 시장 개방’이다. 상품 서비스 지식재산권 투자 등 모든 교역 부문에 대한 시장 장벽을 낮추는 이른바 ‘미국식 통상 질서’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TPP 가입을 위해 (법 개정 등) 자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약속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TPP에 가입하려는 모든 국가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기존 협상국조차 자국 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가며 TPP 협상에 임하고 있는데 한국에만 쌀 시장 개방을 예외로 인정해주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TPP 가입 협상을 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쌀의 의무수입물량(MMA·77만t)과 별도로 연간 미국산 쌀 20만t을 낮은 관세로 수입하든지, 아니면 쌀 관세율을 일률적으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연간 5만t씩 미국산 쌀을 예외적으로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한국의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것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쌀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쌀 시장을 사수하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용해 ‘다른 선물’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 “쌀, 협상 대상 아니다”
정부는 미국의 쌀 시장 추가 개방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을 포함한 14개 국가 및 지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쌀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식량 주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국내 여론과 농민 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TPP를 포함한 모든 FTA 협상에서 쌀은 제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한·중 FTA 타결에 이어 올 1월부터 쌀 시장까지 개방(관세화)한 현 정부 입장에서 미국의 쌀 시장 추가 개방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긴 힘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쌀 시장을 개방하는 데만도 너무 많은 체력이 소모됐다”며 “TPP 가입을 위해 쌀 시장을 추가로 여는 건 현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TPP 협상 난항 예상
쌀 문제가 TPP 협상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의 TPP 가입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TPP 가입 대가로 쌀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개방한다면 호주, 베트남 등 다른 주요 쌀 수출국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기 위해선 기존 협상국 12개국 모두로부터 가입 찬성표를 받아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줄다리기 과정에서 쌀 시장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가 TPP 협상의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미국 주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12개국 간 지역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등 양자 간 FTA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싱턴=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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