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산별교섭 체제 인정
지회는 독립노조라 할 수 없어 조직 변경하는 주체될 수 없다
발레오노조 "자율결정 인정을"
노조 규정 형식적으로 해석…기업별 노조 전환 사실상 불가
대법원서 판결 뒤집히면 산별 중심 노조활동 큰 타격
[ 양병훈 기자 ] 기업별 노동조합의 자율성이 우선이냐, 상급단체인 산업별 노조의 단결권이 먼저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조만간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의 노사 분규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 것으로 알려져 경영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인 기업별 지회가 산별노조의 승인 없이 상급단체를 탈퇴할 수 있느냐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발레오 프랑스 본사의 한국 투자와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의 단결권 행사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파장이 클 전망이다.
상급노조 탈퇴 가능 여부가 문제인 것은 발레오전장이 이전까지 산별교섭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산별교섭은 노사가 한 회사 내에서 독자적인 교섭을 하는 게 아니라 산업 단위로 집단 교섭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발레오전장은 2010년 근로자들의 금속노조 탈퇴 결의 전까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경영자 단체)의 실무 보조를 받으며 금속노조와 직접 교섭을 해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하위 단위 중 하나로 경주지부가 있고 다시 경주지부의 하위 단위로 발레오만도지회가 있는 식이다.
앞서 발레오만도지회는 2010년 사측이 경비직 업무의 일부를 외주화하자 이에 반발해 태업과 연장·야간근로 거부 등 쟁의행위를 했다. 사측이 이에 맞서 직장폐쇄(공장·작업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것)를 하자 조합원들은 “지나치게 과격한 투쟁이 노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며 총회를 열어 지회 지도부를 불신임한 뒤 금속노조를 탈퇴, 기업별 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모였고 금속노조 탈퇴에 찬성한 사람은 536명(97.5%)에 달했다. 정연재 발레오만도지회장 등은 정홍섭 발레오전장노조 위원장 등을 상대로 총회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 1심과 2심은 이런 산별교섭 체제의 특징을 인정해 발레오만도지회가 독자적으로 상급노조 탈퇴를 결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용빈)는 “발레오만도지회 규칙 등을 보면 지회의 활동은 금속노조 중앙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시행하게 돼 있다”며 “발레오만도지회는 독립된 노조라고 할 수 없으므로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 변경을 결의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영계와 일부 전문가는 “법 논리의 형식보다 조합원 노조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현실을 무시한 채 금속노조 규정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면 산별노조가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길이 사실상 봉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대법원이 발레오만도지회의 금속노조 탈퇴를 인정하면 다른 지회에서도 탈퇴가 잇따르면서 금속노조의 단결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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