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性 넘치는 극장가…가족영화는 왜 드물지?

입력 2015-04-09 20:50  

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작년 흥행 10편 중 '국제시장' 등 세 편…미국은 8편
문체부, 170억 펀드 조성…올 가족영화 두 편 지원



[ 유재혁 기자 ]
산업화 시대의 주역을 다룬 영화 ‘국제시장’은 지난해 12월 개봉해 지난달 31일까지 1425만명을 모으고 막을 내렸다. 1분기 상영작 중 흥행 1위에 오른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겼다. 1분기 흥행 상위 10편의 한국영화 중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은 ‘국제시장’ 외에 ‘쎄시봉’ ‘허삼관’(이상 12세 이상)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전체) 등 총 네 편이다. 이 중 지난해 개봉한 ‘국제시장’과 ‘님아, ~’를 빼면 ‘쎄시봉’과 ‘허삼관’ 두 편만 올해 개봉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흥행 ‘톱10’ 중 ‘그레이의 50가지 어두운 그림자’ ‘킹스맨’ ‘포커스’를 제외한 ‘신데렐라’ ‘테이큰3’ ‘스河峙?rsquo; ‘패딩턴’ ‘주피터 어센딩’ ‘일곱 번째 아들’ ‘홈’ 등 7편이 가족영화였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절대 부족하다. 섹스와 폭력 등 자극적인 표현을 줄여 전체 관람가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가족영화는 관객을 가장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신대륙’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한국영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3%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극장 관람료 매출은 1조5793억원, 이 중 전체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한국영화 매출은 2129억원에 불과했다.

‘국제시장’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 등 대작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조선미녀 삼총사’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슬로우비디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 중급 규모의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다.

반면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외국 영화 매출은 총 5683억원으로 전체의 36%에 달했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두 편이 모두 가족영화였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824억원, ‘인터스텔라’가 80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트랜스포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드래곤 길들이기’ 등 상위 10위 중 8편이 가족영화였다.

세계 영화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할리우드 영화의 힘은 가족영화에서 나온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는 흥행 상위 10편 중 ‘아메리칸 스나이퍼’(미성년자 관람불가)를 제외한 9편이 가족영화였다. ‘트랜스포머’ ‘헝거게임’ ‘캡틴아메리카’ ‘레고무비’ ‘빅히어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호빗’ ‘엑스맨’ ‘말레피센트’ 등이다. 이들은 모두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화려한 비주얼을 구현한 판타지물이나 애니메이션이다. 고난을 이겨내고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상위 10위 중 가족영화는 ‘국제시장’ ‘해적~’ ‘님아~’ 세 편뿐이었다. 특히 ‘님아~’는 이변을 일으킨 다큐멘터리란 점에서 극 영화는 두 편이 전부다.

한국산 가족영화 작품 수가 적은 데는 소규모 시장과 예산 부족 문제가 있다. 평균적인 제작비를 투입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은 할리우드 가족영화에 비해 비주얼 경쟁에서 밀렸다. 그렇다고 ‘국제시장’ 같은 스토리를 꾸준히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시장’은 해외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대자본을 투입한 판타지(애니메이션)를 제작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E&M 관계자는 “상업성 있는 가족영화는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판타지물밖에 없다고 본다”며 “국내 영화시장이 성숙한 만큼 해외시장에서도 통하는 대형 판타지물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가족영화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170억원 규모?펀드를 조성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연내 25억원을 두 편의 가족영화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8일 공모에 들어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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