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년의 위기?…인생 2막 여는 '앙코르 커리어' 만들어라

입력 2015-04-09 21:44  

빅 시프트

마크 프리드먼 지음 / 한주형·이형종 옮김 / 한울 / 296쪽 / 2만6000원



[ 송태형 기자 ] ‘장수의 역설’이자 ‘중년의 위기’다. 어느덧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년들은 퇴직 뒤 남은 30여년의 삶에 대해 기대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사회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수심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초고령사회’ ‘노동 가능 인구 감소’ ‘노인 부양비 증가’ 등 오늘날 변화하는 환경을 설명하는 용어들에 사회의 깊은 우려가 묻어난다.

미국 비영리단체 시빅벤처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프리드먼은 《빅 시프트》에서 더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인류 최고의 사건인 유례없는 수명 연장과 건강한 삶은 어떻게 해서 후세대의 돈을 털어먹으려는 탐욕스러운 노인네들의 회색 물결이라는 평판을 듣는 최악의 사건으로 변해버렸는가.”

저자는 이런 사회 전반적인 위기의식과 한탄이 20세기 중반 심지어 19세기 중반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은퇴 연령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년기 이후의 길을 늙었으니 일을 그만두고 쉴 시기, 즉 노년기로 안내하는 ‘기대수명 70세 기준 인생지도’에 근거를 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한다.

20세기 중반 호황기를 맞은 미국에선 ‘황금기’라는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이 등장했다. 수명이 길어졌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일찍 은퇴해 저축한 돈으로 안락한 노후를 즐기기를 원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며 이 해결법은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새로운 인생지도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저자는 영국 역사학자 피터 래슬릿이 1989년 출간한 《서드 에이지》에서 선구적으로 내놓은 인생지도를 제시한다. 이는 의존적 유년기인 제1연령기로 시작해 성인기와 중간 경력직 일자리로 구성되는 제2연령기, 새로운 인생 단계인 제3연령기(서드 에이지)를 거쳐 의존과 건강 악화, 죽음의 문턱인 제4연령기로 종결된다.

핵심은 제3연령기다. 이 단계의 특성을 과거와 같이 인식하는 데서 오류와 문제가 발생한다. 통념상 이 계층은 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하며 편협한 욕구만 추구하는 비생산적 계층이자 대규모 무위도식 집단이다. 레슬릿은 달리 본다. 이 단계는 인생의 새로운 절정기이자 성취의 시기이고 새로운 일과 학습과 성장을 추구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할 기회의 시기다.

저자는 이 단계를 ‘앙코르 단계’라고 부르며 더 구체화한다. 이 단계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우리에게 남은 시간, 다음 세대를 위한 시간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시기다. 이런 특징이 앙코르 단계를 새로운 기회로 이끄는 고유한 자산이자 중요한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중년기까지 쌓아?기술과 통찰력, 경험, 균형감을 묶어 새로운 결과물로 엮어낼 수 있다. 저자가 ‘앙코르 커리어’라고 부르는 직종 전환이 대표적인 예다. 앙코르 커리어는 ‘인생 1막’의 경험과 지혜를 살려 교육 환경 사회복지 건강 등 공익 분야에서 일하며 소득을 계속 유지하고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도 발휘한다.

저자는 “‘앙코르 단계’를 창조할 수 있는 사회 구성 프로젝트에 착수하자”며 인력정책 수정, 세제 혜택, ‘앙코르법’ 제정 등 10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퇴직기에 이른 베이비붐 세대가 새로운 인생 단계를 받아들이고 잘 꾸려간다면 오늘날 이 사회를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와 중대한 도전을 해결하는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상당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론적 토대도 탄탄하다. 낡은 인생지도를 보며 막막함에 빠진 이들에게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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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재취업…반퇴자(半退者)들의 성공담

《브라보! 시니어 라이프》는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미국 일본 유럽의 시니어들이 ‘서드 에이지(제3연령기)’를 맞아 성공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생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은퇴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만난 동기생들이 함께 해외에서 발굴하고 수집한 사례 중 국내 실정에 맞는 51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중년기까지 쌓은 경험과 지혜를 활용한 ‘준비된 창업’으로 성공했거나 우연한 계기에 자신이 하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창업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 대우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재취업했거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마크 프리드먼이 개념화한 ‘앙코르 커리어’는 재취업·비영리단체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다.

‘인생 2막’을 어떻게 하면 일을 하면서 보람도 찾는 삶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저자들이 합심해 설립한 비영리단체의 이름도 ‘앙코르 커리어’다.(앙코르 커리어 지음 / 이마 / 328쪽 / 1만38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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