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선 "미쳤다" 말했지만
저절로 끈 묶이는 핸즈프리
빙판전용 신발 등 최초 개발
2020년까지 세계 1위 목표
[ 김정은 기자 ]
“글로벌 브랜드의 공습 속에서도 아시아 아웃도어 신발 시장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차별화입니다. 2020년까지 세계 아웃도어 신발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입니다.”
신발 및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인 트렉스타의 권동칠 대표(한국신발산업협회장)는 9일 서울 사무소에서 “여태까지 그래온 것처럼 실생활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을 1년에 1개 이상 내놓으면 세계 1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권 대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신발회사인 세원에 입사했고 6년 반 만에 해외사업부 수장이 됐다. 신발 제조 노하우를 익힌 그는 1998년 부산에 동호실업(현 트렉스타)을 세웠다. 트렉스타도 처음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생산하는 OEM 회사에 불과했다. 중소 업체가 마구잡이로 들어서 채산성이 떨어지자 ‘OEM만으로는 곧 한계가 닥치겠다’고 판단해 1994년 자체 洹5?‘트렉스타’를 선보였다. 트렉스타는 ‘길 위의 별’이란 뜻이다.
도약의 계기는 곧 찾아왔다. 당시(1990년대 중반)는 인라인스케이트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권 대표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로 된 인라인스케이트가 신기 힘들고 공기도 통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등산화를 접목해 지금의 말랑말랑한 형태로 처음 만들었다.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세계 시장 점유율 95%로 인라인스케이트 시장을 독식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아직도 점유율 35%를 차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권 대표는 이후에도 혁신적인 신발을 꾸준히 내놓으며 회사를 차근차근 키웠다. 혁신은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 아내가 허리를 굽히는 것을 힘들어하자 신발 뒤축을 당기면 저절로 끈이 묶이고 풀리는 ‘핸즈프리’ 신발을 만들어냈다. TV에서 북극곰이 빙판에서 잘 걷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아이스그립’ 신발창, 발바닥 모양과 똑같이 울퉁불퉁하게 만든 ‘넷스팟’ 등도 그가 개발해 모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권 대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많이 한다”며 “핸즈프리 신발의 경우 3년 동안 시제품을 1000켤레나 만들었고 30억원 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개발에 착수했다가 중간에 실패하는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우리 직원들은 웬만한 실패엔 적응이 됐다”며 “주변에서 나한테 ‘신발에 미친놈’이라고 한다”고 웃었다.
대표가 신발에만 몰두하다 보니 트렉스타의 아웃도어 의류사업 비중은 30% 정도로 낮은 편이다. 권 대표는 “올가을엔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어번 아웃도어’ 의류 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의류 부문에도 우리 나름의 독창적인 기술력을 적용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트렉스타는 지난해 매출 1150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권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1500억원”이라며 “전 세계 47개국에 수출하는데 내년께 해외시장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렉스타의 사훈은 ‘좋은 신발을 만들어 인류 건강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의 카카오톡 대화명도 ‘신발왕(王)’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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