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개선 위해선 예산 지원 필요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
척추를 다쳐 손목 아래가 마비된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1년째 병원을 전전하며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와 그의 가족을 면담하니 “퇴원해 집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직업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은 아직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선진국 같으면 1년은 재활치료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해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자동차 운전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시작하기에 충분했을 기간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재활치료가 이뤄지려면 재활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중심으로 재활 간호와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심리치료, 재활보조기구 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 등 다방면의 치료가 포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재활치료는 교향악 연주와 같고,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직업이다. 오케스트라에 여러 악기의 연주자가 참여해야 하듯이 재활치료팀에도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수적이며, 치료 시간도 넉넉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의료보험에서 인정하는 재활치료의 종류도 적고, 치료 시간 규정도 턱없이 짧다. 재활병동과 재활병원에는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치료 및 간호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교향악 연주가 필요한데 지휘자와 연주자 서너 명에게 어떻게 해서든 교향악을 연주해보라고 억지를 부리는 셈이다. 부족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밖에 없으니 병원 입원 기간만 길어진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의료보험 수가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나마 부족한 재활병상마저 축소하려 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만 말한다면 의료보험에서 적정 수가를 보전해주고 제대로 된 재활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재 국내 의료보험은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의료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수가를 받는 제로섬 구조다. 특히 인건비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행 의료보험 체계에서 주로 인건비로 구성된 재활치료 수가가 제대로 반영되기란 대단히 어렵다.
제대로 된 재활의료서비스를 위해선 의료보험재정 외에 공공 예산 지원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고나 질병 후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하고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하는 재활의료서비스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복지 서비스다. 장애가 발생하는 사고나 질병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재활의료서비스는 당연히 공공 예산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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