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무대 베풀어준 슈틸리케…국민 모두에 진한 감동 선사
떠나는 직원에 대한 배려…남은 직원에 그대로 감정이입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잘해야
지난 3월31일 축구국가대표 차두리 선수가 공식 은퇴 경기를 했다. 그는 이미 1월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 국가대표 평가전에는 사실상 소집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감독 슈틸리케는 그를 특별히 호출했다. 많은 팬 앞에서 은퇴식을 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선수라면 누구나 바라는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아름다운 모습의 은퇴식이었다. 이 특별한 은퇴식을 홍보하면서 슈틸리케는 말했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서, 그에 합당한 응원과 박수를 부탁한다’고.
차두리가 훌륭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에게 레전드라는 수사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사이에 개인차가 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는 그를 레전드라고 칭송했다. 사실 슈틸리케가 차두리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다. 차두리가 슈틸리케호에 발탁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감독과 선수로서 엮여 있었을 따름이었다. 6개월도 달력상의 기간이고 국가대표로 소집돼 실제로 함께한 시간은 훨씬 적다. 그럼에도 슈틸리케는 떠나는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배려를 보인 것이다. 이런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
이런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을 보면서 우리들 회사 상황을 생각해 본다. 우리 회사는 임직원이 떠날 때 아름다운 은퇴식을 만들어 주고 있는가. 떠나는 직원과 그의 가족은 물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감동적인 의식으로 회사가 제공하는 따뜻한 배려를 느끼게 하고 있는가. 20년 넘게 수많은 기업에서 실무와 프로젝트를 수행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떠나는 직원을 따뜻한 배려로 감싸는 회사나 경영자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레전드로 칭송하며 마지막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헤어짐으로 장식하는 슈틸리케를 회사에서는 볼 수가 없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대부분 경영자들이 인재를 강조한다. 그래서 사람 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관리하는 대상으로서 사람을 만날 때, 혹은 있을 때 국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채용 과정에서 그들은 관심과 배려를 보인다. 직원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을 때 역시 그들의 관심과 배려는 유지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회사를 떠날 때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영을 유한한 자원의 효과적인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떠나는 사람에게까지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과 배려에 투입되는 자원은 유한하지 않다. 무한하다. 뿐만 아니라 떠나는 직원에게 보이는 회사의 모습은 단지 떠나는 직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남아있는 직원에게 중요한 메시지로 작동한다. 지금 떠나는 동료는 미래의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나 경영자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느냐는 것에 감정이 이입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회사나 경영자에 대한 충성심에 반영된다. 떠나는 직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남아있는 직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작동하는 것이다. 결국 떠나는 직원에 대한 관리는 중요한 경영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이런 매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리더들은 떠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보인다. 심지어 좋지 않는 성과로 떠나는 사람에게까지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와 관련한 사례를 하나 보자.
히딩크의 자서전《마이웨이》에 보면 당시 그는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모든 선수를 개별적으로 만났다. 그들에게 대표팀에서 탈락한 사실을 일일이 통보하기 위함이었다. 소위 상비군이던 모든 선수는 월드컵 대표로 선발되기를 갈망했다. 그들과 함께 뛰었던 히딩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은 대표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으면 탈락했다고 인식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달랐다. 떨어진 선수들과 1 대 1로 만나 왜 이번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다음 기회에 함께 하자는 응원의 말을 했다. 탈락한 선수들은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그와 1년6개월을 함께한 대표선수들 역시 그의 따뜻한 사람 관리를 체감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가 놀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다.
오랫동안 인사관리 필드에 종사하면서 느낀 금언이 하나 있다. ‘사람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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