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적은 벤처투자업계에선 너무도 당연한 진리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신생기업이 IPO까지 기나긴 시간을 버티라는 것은 죽음의 계곡으로 떠미는 것과 진배없다.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지만 투자금 회수에 병목현상을 빚어 생태계 형성이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벤처투자금의 70% 이상이 자금 상환이나 프로젝트를 통한 회수이고 M&A는 고작 0.5%뿐이다. 미국 중국에선 M&A를 통한 회수가 70% 이상인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사모펀드 출자 규제완화 등 대기업의 M&A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당장 문어발이니, 기술 탈취니 비난부터 쏟아진다. 관료들은 M&A는 투자로 안 보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 수준의 발상에 갇혀 있다. 대기업은 각종 출자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운신의 여지도 별로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 10개월간 성사시킨 8건의 M&A 가운데 국내 기업은 단 한 건도 없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저성장의 돌파구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 정책자금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데도 중소기업은 항상 돈가뭄이다. 오히려 창업단계에 편중된 눈먼 정책자금이 시장의 창업·투자·회수의 생태계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해 숨통을 틔워준다면 뛰어난 인재들이 더 많이 창업에 뛰어들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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