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부동산펀드 수익률 연 평균 18% 고수익
[ 임근호 기자 ]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금융 사업에서 손 떼기 위해 23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르는 GE캐피털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했을 때 케이스 셰린 GE캐피털 최고경영자(CEO)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은 하나였다.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부동산부문 대표. 지난달 중순 GE 경영진은 급히 그레이 대표와 접촉했고 밤샘 검토 끝에 지난 10일 블랙스톤과 웰스파고가 GE캐피털의 부동산을 23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셰린 CEO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속하게 대형 부동산 매물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그레이 대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부동산 제국’이 돼가고 있다. 블랙스톤은 1985년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이윤을 넘기는 회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본업인 기업 투자보다 부동산 투자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부동산에 809억달러 투자
블랙스톤의 지난해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2904억달러(약 319조원). 이 중 부동산 부문은 809억달 ??기업투자부문(731억달러)은 물론 채권투자(728억달러)와 헤지펀드(636억달러) 부문을 제치고 가장 큰 운용 규모를 자랑한다. 이익 기여도 역시 부동산이 가장 높다. 지난 2년간 블랙스톤이 벌어들인 78억달러의 이익 가운데 39억달러가 부동산 투자에서 나왔다.
투자회사 에버코어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블랙스톤의 4개 부문 중 부동산부문의 성장이 가장 빠르다”며 “어느 분야든 손을 대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렸던 1990년대 골드만삭스처럼 블랙스톤은 부동산 투자에서 놀라운 행보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스톤 부동산 투자의 핵심엔 그레이 대표가 있다. 1992년 애널리스트로 블랙스톤에 들어왔던 그가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미국 부동산 재벌 샘 젤로부터 세계 최대 사무용 빌딩 소유업체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를 390억달러(약 43조원)에 사들였고, 글로벌 호텔체인 힐튼을 260억달러(약 28조원)에 인수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거래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년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에는 GE일본 법인으로부터 주거용 부동산을 1조8000억원에 매입했고, 올 3월에는 시카고의 초고층 빌딩 윌리스타워를 13억달러에 인수했다.
◆부동산펀드 수익률 연평균 18%
블랙스톤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불런트 오즈칸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블랙스톤은 유망한 부동산을 미리 선점해놓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파는 식으로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쿼티 오피스 인수를 통해 얻은 보스턴 빌딩 5개를 지난해 5월 21억달러에 매각한 것이 그런 예다.
블랙스톤의 7개 부동산 펀드는 자금 설정 이후 연평균 18%에 이르는 투자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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