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임원 출신 첫 회장
최저가 입찰·저가 경쟁 안타까워
생각 바뀌었지만, 중요한 건 실천
[ 백승현 기자 ]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아직도 안전진단 시장에는 최저가 입찰이 만연합니다.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임기 3년 동안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생각을 산업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만난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61·사진)은 인터뷰 내내 ‘안전은 투자’라는 말을 거듭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만 바뀌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도 시장에선 최저가 입찰이 대세이고, 안전진단 시장에도 수많은 사설업체가 난립하면서 저가 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나 전문인력 양성은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당장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품고 사는 셈입니다.”
1964년 설립돼 올해로 51돌을 맞은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안전시장을 전쟁터로 볼 때 ‘후방 보급부대’ 역할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6개 지역본부, 22개 지회 850여명의 안전 전문인력이 산업현장에서 안전진단·교육·컨설팅을 하고 있다. 석·박사를 비롯해 전 직원의 90% 수준인 약 750명이 기술사·기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
30년 넘게 LG그룹에서 인사·안전업무를 담당해 온 김 회장이 산업안전협회장을 맡은 것은 지난해 12월로, 이달 초 취임 100일을 맞았다. 민간기업 임원 출신이 회장에 오른 것은 협회 역사상 처음이다. 1979년 럭키(현재 LG)에 사원으로 입사해 LG전자 HR부문장(부사장), LG전자 지원부문장(부사장), LG그룹 CSR팀장(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00년부터 12년간 LG전자 국내외 40여개 생산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정립한 김 회장의 취임과 함께 협회도 변화를 시작했다.
민간기업 임원 출신답게 그가 1만5000여 고객사에 강조하는 것은 ‘공유가치 창출(CSV)’이다. “단순히 안전을 강조하면 잘 와닿지 않습니다. 절대 가치인 안전을 강조하면서 이는 곧 기업의 이익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이지요. 가령 어느 기업이 회사 이미지와 제품 홍보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씩 쏟아부어도 그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몇 번 일어나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 이처럼 안전에 대한 투자는 직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이윤과 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 50년간 안전사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련한 정부의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에 맞춰 협회도 안전관리시스템을 재구축할 계획입니다.”
김 회장은 LG 재직 시절 사업개발팀과 함께 아프리카와 같이 전염성 질환에 취약한 국가에 모기를 퇴치하는 주파수를 내장한 에어컨을 개발·보급해 현지 말라리아 발생률을 크게 낮추고 회사 매출을 30% 이상 늘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전공은 ‘사회공헌’이다. LG 근무 시절 ‘기업의 사회적 공헌(CSR)’을 넘어 ‘노조의 사회적 공헌(USR)’까지 이끈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3개월치 월급을 내놓았다. 전사적인 사회공헌 캠페인을 벌이기 위한 마중물이었다. 앞으로 협회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월급에서 1000원 미만의 우수리를 떼 기금으로 적립하고 협회는 이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해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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