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펼치면 먼저 따뜻한 계절에 어울리는 시들이 눈에 띈다.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 통의 물을 길어오네/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아침을 기리는 노래’ 부분)
‘참꽃을 얻어와 화병에 넣어두네/투명한 화병에 봄빛이 들뜨네/봄은 참꽃을 기르고 나는 봄을 늘리네.’(‘장춘(長春)’ 전문)
‘봄바람이 불어서’는 2014년 서정시학 작품상 수상작으로 봄바람이 불 때 만나는 자연과 삶의 풍경을 그린 시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최근 정체불명의 서정시가 크게 유행하는 상황에서 이 시는 서정시의 한 표본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가만히 노래를 부르는 듯한 그의 시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고요함을 선물한다.
자연과 삶의 한 요소인 죽음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노래한다. 표제작을 통해서 시인은 戮습繭?평범하고 희미한 것이라며 죽음을 생의 활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공간으로 정의한다.
‘당신은 평범하고 희미해지네/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부분)
시인은 세상의 대상을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하며 우리를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안내한다. 삶의 내밀한 풍경을 깊이 바라보며 세상을 향해 다양한 이야기를 건넨다.
먼 곳(창비)을 낸 후 3년 만에 시집을 들고 온 그는 “시에 간소한 언어의 옷을 입혀 보려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 않았나 싶다”며 “대상과 세계에 솔직한 말을 걸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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