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조창걸 '가구 도시' 밀라노 대신 뉴욕서 미래 찾다

입력 2015-04-14 21:33  

미국서 임원 54명과 글로벌 전략회의
세계경제 중심 보고 배워야

우리 상품은 세계적 수준
콘텐츠·공간 철학은 부족
가구만 생각해선 1위 안돼



[ 김희경 기자 ] 지난 9일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사진)과 최양하 회장을 비롯해 이 회사 임원 54명이 모였다. 조 회장은 “뉴욕은 기업을 위한 도시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며 “여기서 누가 세계를 창조하고 지배하는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난 뒤 임원들은 뉴욕에 있는 유명 가구, 건자재 업체 11개 매장을 둘러봤다. 3박4일의 일정이었다. 12일 한샘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전략회의가 열렸다. 한샘은 이를 통해 세 가지 미래 전략을 확정했다.

◆“미국의 경쟁력은 뉴욕”

조 회장이 팀장급 이상 임원 54명 전원을 가구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가 아니라 뉴욕으로 부른 이유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단순히 가구를 이해한다고 세계 1위 가구 기업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 담겼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뉴욕을 통해 미국 사회 전체를 이해하고 미국의 경쟁력이 어디?나오는지 알아내라 고 주문했다.


그는 “뉴욕은 기업을 위한 도시를 만들었으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70개가 뉴욕에 있다”며 “현재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 정상의 도시를 집중 탐구하고 그중 일부인 미국 인테리어 시장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전체를 봐야 가구산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조 회장은 “한샘은 상품과 서비스 등은 이미 세계적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하지만 문화, 콘텐츠, 공간에 대한 철학은 부족해 이를 집중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회의는 한샘의 미래 전략이 가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샘의 세 가지 미래 전략

뉴욕회의 기간 중 한샘 임원들이 가장 오래 둘러본 매장은 크랫앤드배럴이다. 한샘과 마찬가지로 가구, 생활용품 종합판매점으로 소비자 생활 방식에 맞는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가구업체다. 임원들은 세 시간가량 머물렀다. 여기서 첫 번째 전략이 나왔다. 한국인 문화에 맞는 ‘맞춤형 가구 판매’를 강화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크랫앤드배럴은 서양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고 전시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서양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데 급급하다”며 “한국인의 생활방식과 문화에 맞는 제품을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판매해야 한다”?말했다.

해외전략도 다듬었다. 한샘 해외전략의 핵심은 건자재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미국 현지의 ‘홈데포’ ‘로우스’를 벤치마킹해 가정용 건자재 유통사업을 중국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한샘 측은 이를 ‘홈스타일링 패키지’사업이라 부른다.

수납이란 한 가지 아이템으로 800여평에 달하는 매장에 1000여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컨테이너 스토어’에서는 생활용품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상했다.

현재 한샘은 조명, 시계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제품을 한번에 팔고 있는데 여기에 수납이라는 개념을 집어넣어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샘은 뉴욕회의에서 나온 전략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뉴욕은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알게 한 최적의 장소였다”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혁신 속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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