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각 매체에는 여러 사람의 인터뷰가 실렸다. 희생자 유가족부터 구조에 참여했던 어민,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인물이 소개됐다. 하지만 빠진 이들이 있다. 옛 해양경찰청 소속으로 구조 현장에 뛰어들었던 경찰관들이다.
목포항공대 구조팀 소속 권재준 경장은 당시 헬기에서 직접 바다로 뛰어내린 뒤 배 주위를 헤엄쳐 다니며 사람들을 구했다. 직접 구조한 인원만 40~50명에 이른다. 같은 팀의 김재현 경장은 무릎 부상을 입고도 기울어지는 배에서 승객들을 구출했다. 평소라면 두 시간 넘게 걸렸을 바닷길을 30분 만에 달려온 경비정 123정 승무원들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참사 이후 해경이 비판 속에 해체되면서 이들의 활약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권 경장 사례만 해도 지난해 6월 한국경제신문 사설에서 잠시 언급했을 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기자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이들의 활동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지난 13일 해경의 후신인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섯 시간이 지나 돌아온 답은 참담했다. “열심히 설득했지만 지난 1년간의 상처가 너무 커 醍?인터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았고 일부는 지금도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연이 한 인터넷매체에 소개됐을 때는 세월호 참사를 조사하던 검찰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해경의 공을 과장해 떠들고 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조에 나섰던 이들 상당수는 당시 배 안에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해경이 배 안으로 들어가 구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 퇴선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3정 정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한 재판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박봉에 시달리고 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인명을 구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다. 명예마저 빼앗는다면 다음에도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고, 전속력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활약상이 하루빨리 재조명될 수 있길 바란다.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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