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펀드 매니저' 였던 강신우 한화운용 사장이 주도
1999년 이후 누적수익률 544%…연평균 34% 수익 올린셈
[ 조재길 기자 ]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 투자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11조원대 거대 펀드로 성장했던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 정보기술(IT)주들의 거품 붕괴와 함께 1000억원대 중소형 펀드로 전락했던 이 펀드가 부활할 조짐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바이코리아 펀드가 이름을 바꾼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 4종의 순자산이 15일 기준으로 총 204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2종)는 1999년 3월 설정됐고, 한화코리아레전드FREE 펀드(2종)는 2002년 6월 선보였다.
이들 펀드의 순자산은 작년 8월 1483억원으로 바닥을 친 뒤 지속적인 회복세다. 올 들어서만 순자산이 21.2%(357억원) 늘어났다. 바이코리아 펀드의 덩치가 2000억원을 다시 돌파한 것은 2013년 8월(2097억원)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가장 큰 배경은 수익률 호조다. 옛 바이코리아 펀드의 대표격인 한화코리아레전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2.21%, 한화코리아레전드FREE 펀드는 10.34%를 기록했다.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는 보기 드문 굴곡의 역사를 가진 금융상품이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저평가된 한국 주식을 사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대투신운용을 통해 선보이자마자 국내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전 회장은 바이코리아 펀드를 홍보하는 강연회를 잇달아 열어 “현재 700선인 코스피지수가 2002년 2000을 돌파하고 2005년 6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펀드는 설정된 지 13일 만에 1조원의 시중자금을 끌어모았고, 4개월 만에 자(子)펀드 600여개, 설정액 11조원의 최대 펀드가 됐다. 펀드 가입 열풍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999년 말 1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코리아 펀드의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9년 당시엔 관행이던 신탁자산 이전이 발목을 잡아 당국 제재를 받은 데 이어 2000년 같은 건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자발적인 배상을 해줬다. 더욱 큰 문제는 수익률이었다. 집중 편입했던 IT 관련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반토막났다. 빗발치는 환매→편입종목 매도→수익률 추가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바이코리아 펀드의 운용사는 현대투신운용에서 2004년 푸르덴셜자산운용, 2011년 한화자산운용으로 바뀌었다. 펀드명 역시 ‘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에서 ‘푸르덴셜코리아레전드’ ‘한화코리아레전드’ 등으로 몇 차례 변경됐다.
바이코리아 1호 펀드와 당시 매니저의 질긴 인연도 화제다. 1호 펀드를 운용했던 매니저가 현재의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이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2011년 한화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한 후부터 자신이 과거 굴렸던 펀드를 다시 챙기고 있다. 그는 “바이코리아 펀드를 12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며 “사명감을 갖고 이 펀드를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5일 기준으로 543.95%다. 1999년 가입한 투자자가 지금까지 매도하지 않았다면 16년간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34%의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을 만들었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전체 펀드 중 수익률 상위 20% 이내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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