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결과다. 매년 대졸자가 60만명 이상 쏟아지는데 변변한 일자리는 부족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년 뒤인 2019년 양질의 일자리는 265만개인데 양질의 노동력은 528만명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경제가 획기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대학이 실업자 양성소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80%를 웃돌던 대학진학률이 70%선까지 떨어진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대학이 성공은커녕 취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비싼 돈 들여 보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학부모·학생들은 확 바뀌고 있는데 대학들만 아직도 세상 바뀐 줄 모른다. 당장 3년 뒤면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56만명)에 미달하고 고교졸업생 수는 올해 63만명에서 2023년 39만명으로 급감한다. 공급과잉의 쓰나미가 바로 코앞이다. 그럼에도 30년 전의 만물상식 학과 편제를 고수하고 연구에 매진하라는 정년보장은 철밥통 면허증으로 전락시킨 게 한국 대학들의 현주소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지도 못하면서 대학·학과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쌍심지를 켜고 집단 반발이다. ‘이대로 살다 죽자’는 셈이다.
인문계 졸업자 90%가 논다는 소위 ‘인구론’ 시대에 인문계 학생들의 공대 복수전공이 부쩍 늘고 있다는 오늘자 한경 보도다. 40㎞ 이상 떨어진 공대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이 바뀌지 않으니 학생들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질 낮은 교육에 등록금만 다락같이 올린 것은 허접한 상품을 바가지 씌워 팔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시장에 의해 처절하게 개혁당할 것이다. 학생들은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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